‘디자인’에 대한 오해 부르는 디자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대림미술관 ‘Color of Your Life’ 전

핀란드 유리공예 디자이너 오이바 토이카 씨(85)의 대표작인 ‘버즈 바이 토이카’(1972년). 딱새 등을 모델로 삼아 여러 종의 새가 보여주는 자연색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해 유리 공예품에 입혀 냈다. 대림미술관 제공
핀란드 유리공예 디자이너 오이바 토이카 씨(85)의 대표작인 ‘버즈 바이 토이카’(1972년). 딱새 등을 모델로 삼아 여러 종의 새가 보여주는 자연색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해 유리 공예품에 입혀 냈다. 대림미술관 제공
‘디자인’은 오해받기 쉬운 단어다. 8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Color of Your Life: 색, 다른 공간 이야기’는 디자인 작업의 결과물이 피상적인 구경거리로 맥락 없이 나열될 때 어떤 오해를 낳을 수 있는지 또렷이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색’을 주제로 작가 40여 명이 사진 작품과 다양한 소재의 디자인 작업물을 선보인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전시 공간에는 상호 연관성 없는 물품들이 애써 둘러친 표제 울타리에 갇혀 어색하게 모여 앉아 있다. 전시 자료로 제공된 사진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시실 현장의 실제 모습과 격차가 상당하다. 공간의 규모와 동선(動線)이 가진 한계를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안톤 알바레스의 ‘섬유 래핑 가구’. 못을 쓰지 않고 색실로 감아 붙여 제작했다.
안톤 알바레스의 ‘섬유 래핑 가구’. 못을 쓰지 않고 색실로 감아 붙여 제작했다.
몇몇 개별 전시품의 내용은 흥미롭다. 직접 고안한 섬유 래핑 장치를 사용해 색실을 칭칭 감는 고정 방식으로 가구를 제작한 안톤 알바레스, 석고에 레진을 혼합해 만든 제스모나이트(Jesmonite)의 흘러내리는 듯한 패턴을 내세운 힐다 헬스트룀의 제작물 등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건 그저 덩그러니 놓인 최종 생산품뿐이다. 못을 쓰지 않고 섬유 래핑 장치를 어떻게 제품 공정에 적용하는지, 제스모나이트가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갖는지에 대한 정보는 각자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한다. 모 페인트 업체와 협업한 인테리어 샘플로 채운 4층 전시실은 모기업이 이 미술관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려 하는지 새삼 의구심을 품게 한다.

“어머, 너무 예쁘다.” 한 관람객이 말했다. 전시 주제나 작품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알록달록 고운 색채로 가득한 이 전시는 기꺼운 나들이 코스일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무언가를 끙끙대며 만들어내는 본연의 까닭은 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번 전시는 생산자와 관람객이 공감할 만한 까닭을 마련하지 못한 채 태생부터 전시품이 아닌 오브제를 굳이 전시실로 끌어들여 늘어놓았다. 양쪽 모두에게 결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대림미술관#color of your life#버즈 바이 토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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