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은 “처음엔 까만 피부 때문에 불안했는데 촬영하면서 제 얼굴이 영화 속에서 제일 예쁘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처음 큰 역을 맡은 것은 열 살 때 ‘전설의 고향’(2008년)이에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을 때라 엄청 혼났어요. 그런데도 전 와이어 촬영하는 게 너무 신나더라고요.”
와이어에 매달리는 것이 재미있어 계속 연기하고 싶었던 소녀는 이제 까맣게 태운 맨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줄 아는 배우가 됐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순정’(12세 이상)에서 주인공 수옥 역을 맡은 김소현(17) 얘기다. 수옥은 다리를 저는 장애에도 라디오 DJ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밝고 강단 있는 섬 소녀다. 이전 작품들에서 아역이면서도 세련되고 청순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사시사철 바지 차림의 털털한 소녀로 나온다.
영화는 수옥을 비롯해 범실(도경수)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까지 소꿉친구 5총사 이야기다. 마흔이 된 주인공들의 2016년 현재와 이들이 열일곱이던 1990년대 초를 오간다. “수옥이 듣는 팝송 중에 ‘테이크 온 미’를 엄마가 좋아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올드팝은 제가 꼭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첫 영화 주연인 데다 또래 배우들하고만 호흡을 맞추는 것도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편하고 즐겁긴 했는데 아역 연기할 때처럼 제가 묻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특히 코믹한 장면에서 맛을 살려야 하는데, 노하우가 없으니 어려웠어요.”
하지만 전남 고흥 일대에서 진행된 촬영은 열일곱 김소현을 그대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태풍이 와서 섬에 고립된 적이 있어요. 길자 언니랑 줄넘기도 하고, 마을회관 마루에 누워 동네 분들이 주신 감자랑 만두도 먹고….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아, 이런 게 수학여행의 기분이겠다’라고 생각했죠. 수옥이가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장면은 제 원래 모습이 많이 담겼어요.”
영화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도경수와의 ‘키스인 듯 키스 아닌 키스신’도 등장한다. 그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대사도 안 들릴 정도로 비가 쏟아지니 감정이 와 닿질 않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힘든 장면이었다”며 “엑소 팬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는데 영화 자체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고 말했다.
“예전에 선배 배우분께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배우 생활은 끝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 말을 늘 기억하려고 해요. 저는 제 30, 40대가 기대돼요. 계속 노력하면 좀더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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