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CF, 왜 아저씨 스타 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30년전 햄버거 1세대 어느새 중년… 맛과 함께 세련됨-신뢰성 강조
시장 성장으로 빅스타 기용 여건 형성… 1인가구 증가 ‘화려한 싱글 모델’어필

아저씨의 햄버거 광고는 사람들에게 ‘먹혔다’. 업체들은 아저씨 광고 후 제품 매출이 늘었다며 반긴다. 위부터 김상중 이정재 전현무.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 제공
아저씨의 햄버거 광고는 사람들에게 ‘먹혔다’. 업체들은 아저씨 광고 후 제품 매출이 늘었다며 반긴다. 위부터 김상중 이정재 전현무.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 제공
《 요즘 햄버거 CF의 주인공은 아저씨다. 진지한 태도로 햄버거 속 하얀 치즈를 쭉쭉 늘이는 김상중이 51세, 슈트 차림으로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먹는 이정재가 43세다. 2000원짜리 제품에 “맛도 가격도 예술”이라며 감탄하는 전현무가 39세로 어린 편에 속한다. 얼마 전까지 김성령(49) 김혜수(46) 차승원(46)도 햄버거 CF에 얼굴을 내밀었다. 건강식품도 아닌 햄버거 시장을, 중년 스타가 점령한 이유는 뭘까. 》

과거 햄버거의 주 소비층은 10대였다. 자연히 젊은 취향을 고려한 CF가 많았다. 햄버거 CF 대부분은 ‘핫’한 10대 후반이나 20대 스타가 차지했다. 김래원 문근영 송중기 송지효 하정우 현빈, 그룹 신화 등이 지금보다 더 ‘풋풋했던’ 시절 햄버거 CF에 나왔다.

세월이 흘러 햄버거 고객층이 변했다. 업체들이 밝힌 햄버거 CF의 타깃은 20, 30대.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햄버거를 즐기는 세대에는 40대도 포함된다”고 귀띔했다. 1979년 롯데리아 1호점이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버거킹(1982년) KFC(1984년) 맥도날드(1988년)가 줄줄이 국내에 상륙했다. 어린 시절 햄버거를 처음 접하고 즐기기 시작한 세대는 30여 년이 흘러 중년이 됐다. 햄버거가 ‘어른 음식’이 되면서 CF 주인공도 자연스레 교체된 것.

햄버거 시장의 성장세는 중년 빅 모델 기용에 불을 지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4대 햄버거 브랜드(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는 매년 매출액이 늘었다. 2012년 4개사의 합산 매출액은 1조6000억 원대였지만, 2014년에는 2조 원대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1인 가구의 증가에서 찾는다. ‘나홀로족’이 밥 대신 한 끼를 해결할 음식으로 햄버거를 찾는다는 것. 반면 가족 여럿이 먹어야 하는 피자는 시장이 하락세다. 광고컨설턴트인 경원식 브랜즈앤컴 대표는 “나홀로족이 늘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햄버거 같은 간편식을 찾는 성인이 많아졌다. 이들이 햄버거 시장의 제1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햄버거 광고 모델의 상당수가 ‘화려한 싱글’인 이유다.

중년 모델을 기용하는 점은 같지만 광고 분위기는 브랜드와 메뉴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햄버거를 먹는 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도 세련됨이나 신뢰감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요즘 추세다. 2014년부터 이정재를 내세워 버거킹 광고를 기획한 박수정 제일기획 AE는 “혼자라도 맛있고 멋있게 보이는 게 목표였다. 햄버거를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았다”고 말했다.

싸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일 것, 가능하면 건강에 좋은 재료일 것. 요즘 햄버거는 이처럼 모순된 요구를 충족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싸고 푸짐한 메뉴를 소개하며 ‘행복의 나라’를 외치는 전현무와 한 입을 먹더라도 멋을 포기하지 않는 이정재, 햄버거 속 자연 치즈 맛을 알고 싶어 하는 김상중이 햄버거 CF에 등장하는 이유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상중#이정재#전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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