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언의 목소리와 몇몇 곡은 꽤 대중적… 못 3집 ‘재의 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일요일 정오, 당신의 파트너가 점심식사 대신 이런 음악을 준비한다면 그건 하루 오후쯤 망쳐 버려도 좋다는 엄포다. 청각과 상상 말곤 모조리 걸어 잠근 채 비관의 먹구름 속에 틀어박히겠다는 선언.

장조와 단조, 변박과 정박 사이를 출렁이며 멀미 일으키는 음표들의 항해. 그 해도(海圖)는 끝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착시와 모순의 계단, 초현실주의 회화 속 위태로운 건축물을 닮았다.

못의 3집 ‘재의 기술’(2월 19일 발매·못 뮤직·사진)은 리더 이이언이 그간 구축한 이상한 예쁜 세계를 투과하고 반영한다. 4+3, 3+2, 4+5…. ‘잠들어 걷다’ ‘Merry-Go-Round’ ‘지난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가 박자표나 마디 수로 제시하는 절름발이 수식들이 ‘오 내 모자란 하나를 채우지 말아줘’(‘11 over 8’·2007년 못 ‘이상한 계절’)의 철학을 잇는다.

압권은 단2도의 조옮김을 중력장에 휘는 공간처럼 거듭하는 ‘Two Bass Waltz’, 7박자 위로 긴박한 연주가 쌓이는 ‘Perfect Dream’이다. 이이언의 목소리, 몇몇 곡의 멜로디는 꽤 대중적이기도 하다. 골방 음악 마니아가 아니라도 빨아들일 만큼. 장피에르 죄네, 팀 버턴, 르네 마그리트, 웨스 앤더슨처럼. 누구나 가끔 이상한 꿈을 꾸므로.

♥♥♥♥ (10점 만점에 7.9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이언#못#재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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