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타인에 공감하라’… 여전히 유효한 애덤 스미스의 통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7일 03시 00분


◇도덕감정론/애덤 스미스 지음·김광수 옮김/760쪽·3만5000원·한길사

“사교와 대화는 마음이 어느 순간 평정심을 잃을 때 그것을 원래 위치로 회복시키는 강력한 구제 수단이다. 자기만족에 필요한 평정과 행복의 기운을 유지시키는 최선의 방부제 역할도 한다. 집에 틀어박혀 비애나 분개심을 곱씹기 좋아하는 사색의 인간이 관대함과 유머감각에서 우월함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세상 사람 대부분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품의 평정심을 지닌 경우는 드물다.”

1부 1편 ‘적정성의 감각’ 말미의 이 문장을 한동안 곱씹었다. 법정 스님이 9년 전 동안거(冬安居) 해제 법회 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이 바로 도량(道場·수행처)”이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수 윤상은 2000년 발표한 앨범 ‘클리셰’의 수록곡 ‘백 투 더 리얼 라이프’에서 당시 한창 불붙기 시작한 방구석 인터넷 소통에 빠져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노래했다. “뭐 하고 있니. 어두운 방에 혼자서. 널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기 없는데. 돌아와 너의 거리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세상 속으로….”

영국의 학자 애덤 스미스가 이 책을 발표한 1759년에는 ‘세상 사람 대부분’이 현실세계에서의 사교와 대화를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경험하며 생활했을 것이다. 250여 년이 흐른 지금의 사람들은 눈앞의 타인을 외면한 채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전화만 응시하며 입맛에 맞게 골라 모은 사교와 대화에 취한 채 살아간다. 스미스의 고언(苦言)은 평정심을 놓아버린 자기불만의 비애와 분개가 이 시대에 어째서 이리도 흔해졌는지 되짚어 헤아리게 한다.

이 책은 ‘국부론’보다 17년 앞서 출간된 스미스의 첫 주저(主著)다. 첫 문장의 키워드는 ‘타인에 대한 공감’.

‘개개인의 이익 추구를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손’만 달달 암기한 후대 사람들은 이 인물이 마련한 사상체계의 초석을 외면했다. “사악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준보다 훨씬 높은 신용을 얻으며 일생을 보내는 일이 빈번하다”는 통찰에는 조금도 고리타분한 구석이 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도덕감정론#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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