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에서 부터 ‘섹시’ 까지…이방원, 드라마속 변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8일 15시 59분


SBS 월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의 활약이 점점 두드러지며 극 후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지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보여주는 이방원은 망설임 없이 정적을 없애는 기존의 냉혹한 이미지와 함께 사랑 앞에 눈물짓는 낭만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왕자의 난 등 그가 주도할 역사적 사건들이 예고되면서 기대감도 높아진다. 드라마 등에서 그려지는 이방원 이미지의 시대별 변천을 짚어봤다.

1970~1980년대 드라마에서 이방원은 ‘젠틀맨’이다. KBS ‘세종대왕’(1973년)에서 맏아들인 양녕대군의 일탈에 애달파하는 아버지의 모습, KBS ‘황희 정승’(1976년)에서는 신하들을 죽이라 명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다. MBC ‘추동궁 마마’(1983년) 속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방원의 모습은 남성우, 이정길 등 당시 40대 초반의 신사이미지를 가진 배우와 어우러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드라마는 세종대왕과 황희가 활약한 조선 초기 태평성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방원의 잔혹한 이미지는 순화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작품 속 이방원은 본격적으로 강렬함을 보여준다. KBS ‘용의눈물’(1996년)에서 배우 유동근이 선보인 이방원이 대표적이다.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정도전에게 “이 나라는 봉화 정씨의 나라가 아니다”라 경고하고, 왕권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은 인척이라도 과감히 정리한다. KBS ‘대왕 세종’(2008년)의 김영철, SBS ‘뿌리깊은 나무’(2011년)의 백윤식 등 당시 40~60대 선 굵은 배우들도 악역을 자청, 냉혹한 권력자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방원을 선보였다.

최근 드라마 영화 속 이방원은 우선 연령대가 낮아졌다. 잘생기고 섹시한 20~30대 배우들이 맡게 된 것. SBS ‘대풍수’(2012년)에서 배우 최태준이 맡은 늘씬한 이방원은 시청자들에게 “아이돌 급 외모”로 평가를 받았다. KBS ‘정도전’(2014년)에서는 배우 안재모가, 영화 ‘순수의 시대’(2015년)에서는 배우 장혁이 연기했다. 이처럼 최근의 이방원은 젊고 혈기왕성한 모습에 때로는 베드신을 선보일 정도로 섹시하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최근 정치나 사회 현실의 답답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뛰어난 머리를 가진 현실주의자이자 빠른 실행력을 가진 이방원을 선호하는 듯 하다”며 “여기에 인간적으로도 멋있고 섹시한 모습을 덧씌워 매력적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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