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백 진에 대한 두 대국자의 가치 판단은 엄청난 괴리를 보인다. 백은 자꾸 중앙 집을 키우려고 하고 흑은 중앙 백 집은 별것 아니라며 귀와 변을 챙기고….
이런 생각 차이는 행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 82. 우상 백 5점을 방치한 채 중앙을 틀어막았다. 이로써 중앙 백 진은 이제 침투로가 거의 막혔다. 흑 ●는 이제 탈출하기 어렵다. 좌변 쪽에서 들어오는 길만 아직 열려 있는데 흑이 깊게 들어갔다간 살아 나오기 힘들다.
검토실에선 중앙 백 골짜기로 흑이 얼마만큼 들어가야 좋을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조한승 9단은 흑 83에 이어 85로 좌변을 챙긴다.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기사들은 ‘아이쿠’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낸다. 침착함이 주무기인 조 9단이지만 너무 지나쳤다는 것이다.
백 88이 놓이자 중앙 백 집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젠 백 진이 아니라 일당백의 백 집이다.
흑으로선 85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참고도 흑 1, 3으로 둬 중앙 백 진을 견제해야 했다. 실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뒤늦게 흑 91로 붙였으나 백 92의 강렬한 반발이 엄중하다. 흑 93이 행마법에 따른 수이긴 한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