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미자가 지난주 ‘이미자 음악회’를 열었다. 5년마다 공연을 했다는 그는 2014년에 데뷔 55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었다. 일정대로라면 2019년에 데뷔 60주년 공연을 하는 게 맞다. 그는 이번 57주년 무대에서 “내일, 내년에도 노래를 할 수 있을까… 60주년에 해야 하는데 제가 조급했다”고 토로했다. 이미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공연을 가장 많이 한 기록보유자다.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를 첫 노래로 골랐다. 마지막 소절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에서 ‘나’를 숨이 가빴는지 반주보다 반 박자 빨리 불렀다. ‘역시 일흔다섯이라는 나이는 못 속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창력도 떨어지고 힘도 부족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관객을) 모시겠다’고 한 고백이 엄살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지만 한 곡 한 곡 이어지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호흡도 길어졌다. 50대의 바리톤 고성현과 듀엣을 할 때는 밀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는 공연에서 모두 19곡을 거뜬히 소화했다.
▷탤런트 강부자는 이미자와 동갑이다. 강부자는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대가족의 구심점인 할머니로 출연한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김수현은 두 살 아래다. 배우들의 대화가 일흔셋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통통 튄다. 이래서 ‘김수현 김수현 하는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김수현보다 한 살 어리다. 그는 내년 3월부터 500만 과학기술인의 ‘큰 어머니’로 나선다.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은 외로운 길/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이미자는 자신의 삶을 담은 ‘노래는 나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냈다. 이미자뿐이겠나. 이들 모두가 외롭고 험한 인생행로를 꿋꿋하게 헤쳐 나가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이미자에게 ‘노래만이 나의 생명’이었듯 연기와 창작, 연구를 평생 멈추지 않는 삶에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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