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애. 팍 삭았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길의 한 카페. 여성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다.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그녀들의 폰을 훔쳐봤다.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가 보였다. 그런 드라마의 주인공 송중기에게 무엇이 그리 아쉬울까? 피부 톤, 팔자(八字) 주름과 미간 주름, 치아 색깔…. 철두철미한 리뷰가 이어졌다. 남자 연예인의 ‘뽀샤시’ 피부에 집착하는 이들. 혹시 외계인? 아니면 지나치게 ‘샤방’했던 송중기가…? 검증은 시작됐다.
○ “결국 군대가 원인이지 말입니다”
20, 30대 여성의 주 분석 타깃은 드라마 ‘리멤버’(SBS)의 유승호, ‘시그널’(tvN)의 이제훈은 물론이고 현빈 조인성 강동원 등 예비역 연예인들이었다.
“송중기의 순두부 같은 뽀얀 피부 톤이 검게 됐고 얼굴은 좀 길고…. 웃을 때 팔자와 미간 주름까지 보이는…. 흑.”(20대 대학생 김수진 씨) 송중기가 근무했던 강원 고성군 제22사단 수색대대를 원망하는 이도 있었다. 군대 환경이 피부를 망쳤다는 것.
‘귀여움의 수호자’ 유승호 역시 27사단 수색대를 거친 후 아저씨 느낌이 아주 조금은 생겼다고 여성들은 토로했다. “이제훈은 그래도 형사 역(‘시그널’) 하니 티가 덜 나죠. 현빈은 왠지 입대 전 아우라가 없어진 것 같아요.”(30대 직장인 이선경 씨)
‘얼음송곳’ 같은 평가…. 최근 입대한 박유천 이승기가 이 현장을 본다면… 차라리 ‘못을 박고’ 싶어 할지 모른다. 그나마 덜 변한 이로 강동원이 꼽혔다. 군인들이 반박했다. “강동원 말입니까? ‘공익’이지 말입니다!”
“입대 전엔 월 1회 이상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다 2년 가까이 공백…. 내성 탓에 더 안 좋아질 수 있죠.”(A가요기획사 대표)
전역 후 집중관리는 필수. 수색대대에서 복무한 가수 김태우의 얘기를 들어봤다. “보통 말년휴가 때부터 (컴백을 염두에 둔) 관리에 들어가죠.”
○ 소년성의 착한 남자=모든 것 가진 판타지 스타
이상했다. 요즘 군대가 로션 하나 안 줄 리 없지 않은가.
“안 주지 말입니다!” 예비역 김모 씨(26)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육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병사가 보디클렌저, 샴푸로 씻고 매복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냄새 풍겨 적에게 위치가 노출돼요. 로션도 같은 맥락. 무(無)향 비누만 주다 요즘은 그것도 안 줘요. 사제 화장품 쓰는 이들이 태반입니다.”(박성훈 육군 중령)
제아무리 송중기가 선크림으로 관리해도 한계는 있다고 이준복 메가성형외과 원장은 설명했다. “얼굴이 삭는 것은 피부 밑 진피층에 그물처럼 얽힌 콜라겐 섬유가 늘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고무풍선에 바람이 빠진 거죠. 야외훈련 중 태양광으로 피부가 건조해져 각화현상이 일어나면 주름이 늘고 색소 침착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결론: 송중기=지구인. 많은 여성이 예비역의 피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소년성(性)의 착한 남자’ 열풍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꽃미남→나쁜 남자→짐승남을 거쳐 여성들의 이상형이 도착한 곳.
“박보검이 가장 잘 맞아요. 김수현도 괜찮고요. 여자들도 요즘 경제력, 사회적 지위 있죠. 내 말 잘 듣는 귀여운 남자가 좋아요.”(30대 전문직 김모 씨)
다른 분석도 있다. “박보검은 미남일 뿐 아니라 드라마 속 천재 바둑기사. 즉, 경제적 능력도 보장됐고. ‘나쁜 남자’에게 바라던 것과 같아요. 나쁜 남자는 ‘능력 있는 남자’와 일맥상통. 잘나야 갑 위치에 서잖아요. 기존 남성상에 판타지가 덧대지며 조건이 늘어난 것뿐입니다.”(문화평론가 정덕현 씨)
열등감과 분노를 못 이긴 두 요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때. “너희도 얼굴은 귀엽고 D컵에 착하며 순종적인 베이글녀 좋아하잖아!” 여성들의 외침이 들렸다. 그 순간, 도시 곳곳에는 절대 판가름하기 어려운 대결이 예고되고 있었는데….(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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