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가격이 2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나도 한번 맞아볼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화장품보다 더 저렴한 보톡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근 주변에 신기한 묘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갑자기 피부가 탱탱해지고 젊어진 사람들이 많다. 내 얼굴은 날이 갈수록 쭈글쭈글해지는데, 그들의 피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피부 관리는 어디서 받는지 물어보면, 잘 자고 잘 먹어서 그렇다는 납득할 수 없는 답만 돌아왔다. 그때 한 친구의 입에서 보톡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잘 안다. 보톡스를 맞으면 논바닥처럼 깊게 파인 주름도 쫙 펴지고, 사각턱도 달걀형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하지만 이처럼 많은 대한민국 여자들이 보톡스를 영양 주사 맞듯이 맞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보톡스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주인 보툴리눔 톡신의 상품명이다. 이 독소는 신경근 접합 부위의 시냅스 전 단계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배출을 억제해 신경근 접합부를 차단, 근육의 마비 효과를 나타낸다. 다양한 신경학적 질병의 치료와 함께 미용 성형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보톡스가 미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부분은, 얼굴의 표정을 만드는 표정 근육을 살짝 마비시켜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사각턱, 종아리, 등세모근, 팔뚝, 허벅지 등 거의 모든 근육을 축소하는 시술에 사용되고 있다. 땀이 많이 분비되는 곳에 보톡스를 시술하여 땀 분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침샘 비대의 경우 침샘을 줄여 얼굴선을 갸름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보톡스 한 대면 이마 주름, 미간 주름, 눈가 주름, 입술 주름, 코 주름, 목 주름, 마리오네트 라인(팔자 주름 아래 생기는 주름) 등을 다리미로 편 것처럼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씀. 하지만 보톡스를 과하게 맞으면 자연스런 표정을 지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미간 주름, 이마 주름, 눈가 주름의 경우에는 가볍게 표정이 남도록 하는 정도로 보정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보톡스를 맞은 사람들을 살펴보니, 보톡스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위는 사각턱인 듯하다. 사각턱에 보톡스를 맞으면 얼굴이 V라인으로 바뀌면서 살이 빠진 것 같은, 눈에 확 드러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얼굴이 작아 보이는 느낌까지 있다. 연예인들이 시상식을 앞두고 예쁜 어깨선과 목선을 만들기 위해 등세모근에 보톡스를 맞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등세모근에 보톡스를 맞으면 어깨선과 목선이 매끈하고 얄팍해져 드레스 라인이 예뻐지기 때문이다. 종아리나 팔뚝, 허벅지에 맞으면 가늘고 매끈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보톡스 효과만 들으면, 값비싼 화장품을 구입하거나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최근 한 대에 40만~50만원 하던 보톡스 가격이 확 내려가 보톡스 한 대에 2만원이란 광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보톡스 제너릭(복제약)이 허가되면서 수많은 제약회사에서 보톡스를 출시하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현상. 문제는 너무 저렴한 보톡스의 경우 정량 이하를 사용하거나 다른 시술에 끼워 시술하는 미끼 상품일 수 있다는 것. 전문의가 시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너무 저렴할 경우 정량을 사용하는지, 전문의가 시술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쯤에서 보톡스의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은 “일반적인 약품에 의한 부작용으로, 근육 주사 또는 피하 주사는 국소 통증과 멍, 부종,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일어날 수 있으며, 부위에 따라 근육의 약화나 마비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 원하지 않는 부위의 마비나 불편함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보톡스 부작용으로 사무라이 눈썹이 되거나, 눈이 붓고 얼굴 비대칭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안검 하수, 표정 없는 얼굴, 언어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보톡스를 맞는 위치가 잘못되었거나 투여량이 과할 경우 나타나며, 개인차나 시술자의 테크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톡스의 독성을 알아보기 위한 원숭이 대상 실험 결과 치사량이 약 200mg으로, 일반적으로 보톡스 약 50병에 해당하는 양을 한 번에 시술하는 경우이니 실제로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이보다 적은 양에도 반응하는 경우가 있으니 한 번에 다량을 시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보톡스는 항체 때문에 내성이 올 수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단백질로 항체가 생성될 수 있는데, 항체는 독소의 효능을 방해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미용 목적으로 시술하는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투여량이 적기 때문에 내성 장애는 매우 드물지만 치료 주기를 2개월 정도로 간격을 두는 것이 안전하다.
보톡스 2만원 시대를 맞아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미용 시술로 자리 잡은 이것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바로 ‘적당함’인 듯하다.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원리로 사용되기 때문에 과하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기획 · 한여진 기자 | 사진 · REX | 디자인 · 이지은 | 도움말 · 조애경(WE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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