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에멀린 팽크허스트 지음/김진아 등 옮김/480쪽·1만8000원·현실문화
장강명 씨의 소설 ‘댓글부대’에서 인터넷 여론공작을 벌이는 팀-알렙은 진보 성향의 여성 사이트 ‘줌다카페’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지시를 내리는 쪽은 재계 인사와 정보기관원으로 구성된 정체불명의 조직 ‘합포회’이다. 줌다카페는 이들이 공격한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해 훨씬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 와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젊은 기혼여성들이 다이어트 팁을 주고받기 위해 만든 사이트를 합포회가 공격한 이유는 뭘까. 작품에는 ‘광우병 시위 때 유모차 부대를 보낸 곳’이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모성을 투쟁의 방편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합포회의 심기를 건드린 걸까.
보수 꼰대 남자들로 구성된 합포회가 실존한다면 아마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의 저자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을지 모르겠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전투적 여성참정권 운동(서프러제트)’을 이끈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다. 역사는 그의 헌신으로 1928년 영국에서 21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투표권이 허용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서프러제트는 가두시위는 물론이고 유리창 깨기, 방화, 단식투쟁 등 폭력적 저항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당시 영국 정부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아야만 했다. 팽크허스트의 자서전인 이 책은 그가 법률가의 아내로서의 안정적 삶을 포기하고 서프러제트에 나선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가운데 특히 빈민구호소에서 겪은 경험은 저자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당시 어린 하녀를 임신시킨 남성들은 20파운드만 지불하고 ‘아기 농부’라고 불린 업자에게 신생아를 떠넘겼다. 아기 농부들은 정부의 감독 사각지대에서 돈만 챙기고 아이들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소녀들은 빈민구호소를 전전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여성, 아동착취의 현장에서 저자는 여성 참정권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사람들은 주로 당사자인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 서프러제트를 일시 중단한 팽크허스트는 당시 이렇게 썼다. “인간이라는 가족의 절반인 여성이 이 세상에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면 진정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2016-03-13 11:14:42
이러한 주장들은 실은 너무나 한가한 부르좌지들의 철밥통 놀이 같은 것이다. 여성에게 자유가 완전하게 주어진다면 보다 더 많은 평화가 주어질 수 있다는 주장질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여성 비하가 아니고, 할일 없는 자들의 무의미한 학문놀이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뿐.
2016-03-12 17:53:29
일부 국가나 종교에서 여성에게 각종 제재와 제약을 가하며 여성의 자유를 재한하고 있음에도 풍속이거나 교리에 의하여 강제성을 띠고 있으면서 언행에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도 국제법상 악행으로 규정하여 여성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2016-03-12 17:45:20
지구상에서 각종 제재를 가하며 여성을 비하되거나 학대받아도 속수무책으로 방관되며 조장되는 나라는 유엔차원에서 개혁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남녀동등권은 필연이며 모성애에 의해 탄생하고 존재하는 남성이 여성을 천시한다는 것은 모순이며 존경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