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알파고와의 5번기 3국에서 진 이세돌 9단이 국후 이번 대결에 대해 밝힌 소감이었다.
이날 패배로 이번 5번기에서도 0승 3패로 패하게 됐다. 이 9단의 소감에는 자책이 담겨 있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대결에서는 0대2로 지고 있어도 이렇게 중압감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번 5번기 3국에서) 그걸 이겨내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도 잘 뒀지만 자신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잘 두지 못한 측면도 컸다는 의미였다.
3국은 결론부터 말하면 완패였다. 초반 적극적 수법으로 나갔으나 이 9단의 실착에 알파고가 편하게 타개해 열세에 빠졌다. 이 9단이 국후 검토에서 지목한 실수는 흑 21. 그는 참고 1도 흑 1로 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흑 21로 둬 백의 탈출을 압박하려 했으나 백 24가 좋은 수여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 초반에 우세를 잡아야 후반에 강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데 출발이 좋지 않았다.
이 9단은 이후 여기저기서 전투를 벌였지만 알파고의 수비는 견고했다. 중반 무렵에는 알파고의 낙승이 예상될 정도였다. 이 9단은 국후 흑 99를 후회했다. 이 수로는 먼저 참고 2도 흑 1로 백 대마를 공격했어야 했다는 것. 이 9단은 알파고가 백 100, 102를 선수하고 손을 빼 104로 치중할 줄을 몰랐다고 했다. 알파고의 승부호흡이 돋보이는 순간.
이어 이 9단은 흑 113도 큰 착각이었다고 했다. 참고 3도 백 2만 생각했다는 것. 실전처럼 백 114로 뚫고 나오는 수를 깜빡한 것이다. 이 9단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9단은 막판 하변에 침투해 신기에 가까운 수순으로 큰 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이 9단이 패를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의혹도 있었고 알파고가 패에는 약할 것이라는 짐작도 있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알파고는 패를 내주긴 했지만 팻감이 많았다. 정확하게 수순을 밟아 이 9단의 마지막 희망을 꺾었다.
그러나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해법의 일단을 보여준 대목이기도 했다. 하변 접전에서 알파고가 흑을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도 패를 내준 것은 알파고의 약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만수 9단은 ”하변 접전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면 알파고가 시간도 많이 쓰고 몸 조심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물론 유리해서 물러섰기 때문에 패가 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잡는 것이 더 쉬웠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국은 비록 중압감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졌지만 1,2국보단 더 ’이세돌‘다운 바둑이었다. 이 9단도 점점 알파고에 적응해가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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