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부부 상담 전문가 존 고트먼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74)는 ‘상담하러 온 커플이 행복하게 잘살지, 아니면 이혼이란 파경을 맞을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로 유명하다. 그 성공률이 무려 94%. 그 비결에 대해 그는 “40년 넘게 3000쌍 이상의 실제 커플을 관찰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부인과 함께 운영하는 고트먼 연구소의 ‘사랑 실험실(Love Lab)’에는 수많은 실증적 사례와 그에 바탕한 통계가 축적돼 있다.
그의 신간 ‘여성에 대한 남자의 지침서(The Man‘s Guide to Women)’는 자연스럽게 2000년 개봉돼 크게 히트했던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여성이 원하는 것)’를 떠올리게 한다. 자기 스스로 “여성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비밀들을 사랑 실험실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고 소개한다. ‘왜 남자를 이해하기 위한 여자의 지침서’가 아니고 그 반대 방향의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서도 “남녀 관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를 연구한 결과 (여성에 대한) 남성의 행동이 핵심적 요소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을 알면 세상은 당신 것”이라는 영화 ‘왓 위민 원트’의 명대사처럼 고트먼 명예교수는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아는 남자가 진정한 영웅(hero)”이라고 단언한다. 그 첫 번째가 ‘믿음직스러움(trustworthiness)’. 여성은 남성을 만날 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의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 남자 안전한 사람인가? 나를 위해, 특히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인가? 내가 기댈 만한 사람인가?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인가?’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방관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남으로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을 충족시키는 자질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라고 책은 소개했다.
지침서답게 책은 △여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지가 모든 것이다 △여자처럼 싸우는 법을 배워라 등 15개 소주제로 나눠 읽기 쉽게 기술돼 있다. 소주제별로 1쪽 분량의 요약본을 ‘커닝 페이퍼’처럼 정리해 놓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연인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기술된 책인 만큼 성(性)생활에 대한 조언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고트먼 명예교수는 “이 책은 많은 여성들을 유혹하려는 ‘선수(player)’들을 위한 게 결코 아니다. 당신의 유일한 파트너, 당신의 유일한 아내를 더욱 잘 이해하고 행복한 관계를 오래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안내서”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의 모든 여자는 각자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부터 (남자들은) 시작해야 한다”며 “만약 ‘사랑 실험실’의 연구 결과가 당신 부인의 요구사항과 전혀 다르다면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부인의 말을 따르라”고 강조했다.
8일은 108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를 기념해 유엔이 내건 구호는 ‘2030년까지 50 대 50의 지구를 만들자-양성평등을 위한 도약(Planet 50-50 by 2030-Step it up for Gender Equality)’. 지구상에 진정한 양성 평등이 실현되는 날이 오면 이런 유의 ‘남성을 위한 여성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까. 아니면 시들해질까. 책장을 덮으면서 문득 든 호기심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