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도 틈 있어… 마지막 5국 흑으로 이기고 싶다”

[‘인간’ 이세돌 3패 뒤 첫 승]15일 오후 1시 최종 대결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5국은 흑으로 이기고 싶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초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이같이 말했다.

이 9단이 대국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박수와 환호, 카메라의 플래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 웃음이 도는 순간이었다. 이 9단은 마이크를 잡고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 9단은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알파고를 상대로) 4-1, 5-0 승리를 얘기했을 때 3-1로 앞서고 있다가 한 판을 (알파고에) 지면 아프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1승은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 있는 우승”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알파고에 3연패를 당한 이 9단의 심리상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는 질문에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대국을 중단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며 “물론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즐겁게 경기를 했다. 마지막 판을 이겨서 그런 것(스트레스)도 날아갔다”고 말했다.

이 9단은 현장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알파고 개발 총괄인 데이비드 실버 교수에게 마지막 대국에서 즉석으로 흑돌을 잡고 싶다고 제의했다. 그는 “두 분께 제안하기를 5국에서 돌가리기를 새로 하는데 이미 제가 백으로 이겼으니 흑으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와 실버 교수는 즉각 수락했다.

이 9단은 대국 중에 알파고의 두 가지 약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보다는 흑을 조금 더 힘들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자기가 생각하지 못한 수가 나오면 일종의 버그 형태의 수가 나왔다. 생각하지 못했을 때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파고가 이 9단의 기보를 입력하고 있는 반면에 이 9단은 알파고의 기보를 갖고 있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물론 처음부터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면 (경기가) 수월할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며 대인배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중국 외신 기자가 이번 경기의 승부수가 된 78번째 착수를 ‘신(神)의 한 수’라고 평가하자 그는 “그 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던 한 수였는데 그렇게 칭찬을 받으니 오히려 어리둥절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