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작곡가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퓨전국악에서 출발해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아울러온 전방위 작곡가 강상구 씨(43)가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연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여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리는 ‘순수, 그 맑음 속으로’이다. 02-6339-1232
KTX 열차 각 노선의 종착역 도착을 알리는 배경음악이 강 씨가 2006년 발표한 가야금 연주곡 ‘Happiness’이다. 2001년 해금연주자 정수년이 발표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도 그의 작품이다. 이 곡은 광고음악과 배경음악으로 숱하게 쓰이고 고교 교과서에까지 수록되며 퓨전국악, 해금 퓨전 열풍을 일으켰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강 씨는 “1996년 KBS 대학국악제 수상 이후 지금껏 의뢰된 곡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간의 음악세계를 갈무리하고 이 공연을 나만의 음악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강 씨가 국악을 접한 것은 스무 살이 넘어서다. 어려서부터 가요, 헤비메탈, 클래식을 즐겨 듣던 그다. “인문계 고교를 나와 3수를 했어요. 서양 음악으로 진로를 틀까 했는데, 리스크를 고려해 입시 경쟁이 덜해 보이는 국악 작곡을 택한 게 인연이 됐죠.”
강 씨가 활동할 초기만 해도 퓨전국악은 국악계 안팎에서 욕먹는 장르였다. 전통을 이용한 짜깁기에 불과하다는 폄훼. “음악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실험하고 발전시켜야 이 시대의 또 다른 전통이 나올 수 있어요.”
지난해 세계군인올림픽 개폐막식,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개막식 음악 총감독을 맡은 그는 애니메이션 ‘무녀도’ ‘살아오름’의 음악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콘서트에 강 씨를 위해 ‘국악계 드림팀’이 모인다. “한충은(대금), 유경화 이충우(타악), 김주리(해금), 김민영(가야금)을 비롯해 오종대 허진호 같은 서양음악계 고수들도 힘을 보탭니다.”
신라 최치원의 다섯 가지 시를 강 씨가 음악으로 표현한 새 창작곡 ‘향악잡영오수’도 이번에 초연된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에 국악기와 정가를 곁들인 작품. 그는 “새로운 형식의 곡으로 전통과 퓨전의 논란에 답을 던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그간 의뢰된 작곡에 몰입해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저를 위해 활동하고 싶습니다. 전통음악을 살릴 수 있는 곡을 많이 발표해 국악이 현대인과 호흡하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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