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1953년경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물감으로 그린 ‘황소’. 2010년 경매에서 안병광 유니온 약품 회장이 당시 역대 2위 금액인 35억6000만원에 낙찰받아 2년 뒤 안 회장이 설립한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전시했다. 서울미술관 제공
작가, 관람객, 소유주. 예술 작품은 그중 누구의 것일까.
작품을 구매해 정당한 법적 소유권을 확보한 이가 누구인지 명확한 상황에서 어불성설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이 오로지 ‘소유주’라면, 미술관에 걸린 그림과 백화점 진열대 위 귀금속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5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에서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중섭은 죽었다’가 열린다. 지난해 시작한 풍경화 소장품전 관람동선에 이어지는 1층 전시실 끄트머리 공간을 10여 갈래로 구획했다. 어두운 별실에 단독으로 배치한 유채화 ‘황소’(1953년경)를 제외한 다른 전시작 17점은 쪼갠 공간마다 조금씩 흩어 걸었다.
초입에 놓은 것은 이중섭의 유해 일부가 묻힌 서울 중랑구 추모공원 묘소 사진이다. 대구의 한 여관방, 즐겨 찾던 부산 다방, 투병했던 대구와 서울 병실, 가족과 함께 머물렀던 제주 서귀포 쪽방 등은 고풍스러운 소품을 동원해 드라마 촬영 세트처럼 아기자기하게 재현했다.
작품이 그려진 시기별로 작가에게 주어졌던 환경을 되살려내 함께 보여주겠다는 의도. 관람객 취향에 따라 감흥의 방향이 갈릴 공산이 크다. 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59)의 이중섭에 대한 애착은 뚜렷이 드러난다. 별실의 ‘황소’는 안 회장이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 원에 낙찰 받은 그림이다.
올해는 이중섭의 사망 60주기이기도 하다. 오랜 빈궁에 시달리던 그의 시신은 서울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이틀간 무연고자로 방치됐다. 그는 자기 손을 떠난 그림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람객과 만나길 원했을까. 3000∼9000원.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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