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북한에서는 우리의 ‘오징어’를 ‘낙지’라고 하고, 우리의 ‘낙지’를 ‘오징어’라고 한다는데 사실일까? “남한의 오징어를 낙지라고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오징어는 낙지가 아닌 ‘갑오징어’를 지칭한다.” 질문 둘. 북한에서는 전구(電球)를 ‘불알’이라고 한다는데…. “전혀 아니다. 북한이 1960년대 문화어(표준어)로 바꾼다면서 ‘불알’이라고 하려 했던 적은 있지만 ‘전등알’이 문화어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남북 필수 용어집’(2013년)에 실린 내용이다. 광복 이후의 남북한 언어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實例)들이다.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한국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가수 강산에의 ‘라구요’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 제목도 남북한 언어 차이를 드러낸다. 남한에서 많은 이가 즐겨 쓰는 ‘∼라구’ ‘∼하구요’는 중부 방언이고, 표준어는 ‘∼라고’ ‘∼하고요’다. 즉, 우리말법대로라면 노래 제목은 ‘라고요’가 맞지만 말맛에 끌려 ‘라구요’라고 쓴 것 같다. 북한에서는 둘을 모두 쓴다. 입길에 오르내리는 말은 방언 여부를 떠나 문화어로 삼는다.
우리는 표준어에 매우 엄격하지만 북한은 복수표준어를 폭넓게 허용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남한의 비표준어가 북한에서는 문화어인 경우가 많다. ‘까발기다’ ‘또아리’ ‘수리개’ ‘아지’가 그렇다. 많은 이가 ‘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춰내다’라는 뜻으로 ‘까발기다’를 입길에 올린다. 하지만 이 낱말은 표준어 ‘까발리다’에 밀려 사투리 신세다.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거나, 가린다고 가렸으나 가장 요긴한 데를 가리지 못했다는 뜻의 ‘또아리 샅 가린다’는 속담 속의 ‘또아리’도 마찬가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을 때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 ‘똬리’에 표준어 자리를 넘겨주었다. 수리개는 ‘솔개’의 함경 방언, 아지는 ‘가지’의 강원 방언에 머물러 있다. 허나 이들 모두 북에서는 당당히 문화어다.
통일에 대비한 언어 단일화 작업에 속도를 내려면 비슷한 쓰임새를 지닌 낱말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것도 방법일 듯싶다. ‘뜰’의 북한어로 묶어 두었던 ‘뜨락’이 입길에 널리 오르내리자 표준어로 인정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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