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번역교육원 최연소 신입생인 김소은 씨(20)는 7일 “고전에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금언들이 많아서 좋다”며 “한문 고전은 전문가들만 읽으면 된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문 고전과 스무 살 꽃처녀. 통념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대학원생 등 전문 고전번역자가 되려는 30∼50대 학생이 대부분인 한국고전번역교육원에 지난달 김소은 씨(20)가 역대 최연소로 입학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은평로 고전번역교육원에서 만난 그는 “한문은 압축적이어서 매력적”이라며 “더 빨리 많이 배워서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문학과 2학년인 그는 흘려 쓴 글씨체인 초서(草書)를 어느 정도 읽고 쓰는 실력을 이미 지녔다.
묵향이 은은한 집에서 그는 성장했다. 김 씨의 부친은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받은 서예가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61)다. 김 씨는 아버지가 한문 서예를 하느라고 바닥에 펼쳐 놓은 종이 위에서 공기놀이를 하며 자랐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썩 잘 쓴 작품이 망가져도 아이들이 한자와 고전에 관심을 갖도록 내버려뒀다”고 했다. 딸은 그런 아버지가 초서를 쓸 때 “붓이 휘청휘청하는 게 정말 멋있다”며 자연스레 심미안도 생겼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되고,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이나 명심보감만이라도 읽히고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 주면 아마 생활지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김 씨의 언니는 중국어 교사, 오빠는 동양 고미술품 경매 관련 일을 한다.
김 씨가 좋아하는 우리 고전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그는 “문장이 담담한데도 나라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뭉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 씨가 고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4,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살면서 우리 문화를 중국의 아류라고 생각하는 중국 학생들을 보고 나서다. 김 씨는 “한문을 잘 읽어야 고전 속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아는 게 부족하지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이 담긴 고전을 번역해 중국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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