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까지 읽고 쓰고… “우리 고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고전번역교육원 최연소 입학한 스무 살 여대생 김소은 씨

한국고전번역교육원 최연소 신입생인 김소은 씨(20)는 7일 “고전에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금언들이 많아서 좋다”며 “한문 고전은 전문가들만 읽으면 된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고전번역교육원 최연소 신입생인 김소은 씨(20)는 7일 “고전에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금언들이 많아서 좋다”며 “한문 고전은 전문가들만 읽으면 된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문 고전과 스무 살 꽃처녀. 통념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대학원생 등 전문 고전번역자가 되려는 30∼50대 학생이 대부분인 한국고전번역교육원에 지난달 김소은 씨(20)가 역대 최연소로 입학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은평로 고전번역교육원에서 만난 그는 “한문은 압축적이어서 매력적”이라며 “더 빨리 많이 배워서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문학과 2학년인 그는 흘려 쓴 글씨체인 초서(草書)를 어느 정도 읽고 쓰는 실력을 이미 지녔다.

묵향이 은은한 집에서 그는 성장했다. 김 씨의 부친은 2010년 제1회 원곡서예학술상을 받은 서예가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61)다. 김 씨는 아버지가 한문 서예를 하느라고 바닥에 펼쳐 놓은 종이 위에서 공기놀이를 하며 자랐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썩 잘 쓴 작품이 망가져도 아이들이 한자와 고전에 관심을 갖도록 내버려뒀다”고 했다. 딸은 그런 아버지가 초서를 쓸 때 “붓이 휘청휘청하는 게 정말 멋있다”며 자연스레 심미안도 생겼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되고, 스스로 하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이나 명심보감만이라도 읽히고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 주면 아마 생활지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김 씨의 언니는 중국어 교사, 오빠는 동양 고미술품 경매 관련 일을 한다.

김 씨가 좋아하는 우리 고전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그는 “문장이 담담한데도 나라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뭉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 씨가 고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4,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살면서 우리 문화를 중국의 아류라고 생각하는 중국 학생들을 보고 나서다. 김 씨는 “한문을 잘 읽어야 고전 속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아는 게 부족하지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이 담긴 고전을 번역해 중국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초서#이순신 장군#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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