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윤대녕·한강 등 소설 인기… 한국문학에 봄바람 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좋은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 말 출간된 윤대녕 씨의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이 초판 소진 열흘 만에 증쇄에 들어갔다. 발행 부수는 8000부. 그의 오랜 팬들의 지지도 크지만 윤 씨를 잘 몰랐던 사람들의 관심도 적잖다. 인터넷에선 ‘나도 이제 윤대녕 작가를 알고 싶다’ ‘(작가가) 누군지 잘 몰랐는데… 감동받았다’는 리뷰가 올라온다. “윤대녕 씨를 잘 몰랐던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작가를 알게 된 것 같다”는 게 출판사의 생각이다.

지난해 여름 표절 파문 이후 얼어붙었던 한국문학에 봄이 온 걸까. 윤대녕 씨를 비롯해 최근 국내 작가들의 책을 보면 확실히 반응이 빠르다.

지난달 나온 이기호 씨의 짧은 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일주일 만에 초판 3000부가 나갔다. 출간 한 달을 맞은 22일 현재 판매부수는 7000부로 순항 중이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쓴 윤동주 평전 ‘처럼’도 한 달 만에 5000부가 나갔다. 복간본 시집과 영화 ‘동주’의 영향이 클 테지만 일제강점기 문인의 평전에 대한 독자 반응으론 이례적이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이달 초 펴낸 에세이 ‘밥도둑’은 초판 5000부가 사흘 만에 매진됐다. 이 책이 개정판인데 수요가 많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독자의 유입이 크다는 의미다. 책이 거의 나오지도 않고 출간돼도 반응이 싸늘했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장의 호응이 전보다 속도감이 빠르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겠다”(김효선 알라딘 MD)는 등 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달 초 한강 씨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작품은 최근 열흘 새 6000부가 판매됐다. 평론가 강경석 씨는 “문학적으로 신뢰감 있는 작가들이 복귀하고 한국 작가의 해외에서의 선전 등을 통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죽었던 한국문학이 부활했다’라기보다는 독자들의 욕구가 부합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에서 책을 통해 위로와 메시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자 입장에선 항상 좋은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그것이 외국문학이든 한국문학이든. 올해 한국 작가들의 신작 발간은 잇달아 예약돼 있다. 그 바람이 얼마나 거셀지 기대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채식주의자#한강#윤대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