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관아에 질병이 돌아 밖에 나가 지낸 일이 있었다. 이웃집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늘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릇을 뒤져 무슨 음식이든 훔쳐갔다. 고기를 매달아 놓으면 어금니를 갈고 주둥이를 벌름거리며 펄쩍 뛰어서는 기어이 잡아채서 먹었다. 노복들이 골치 아파하며 몽둥이로 쫓고 개를 풀어 물게 하고 덫을 놓아 잡고 밧줄로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리는 등 실컷 괴롭힌 뒤 놓아주었지만 고양이의 도둑질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노복들이 서로 의논하였다. “이 고양이가 그렇게 고통을 받고 다 죽게 되어도 하는 짓이 여전하니, 이는 필시 배가 고파 그러는 것이다. 앞으로 이놈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하는 짓을 보는 게 좋겠다.”
마침내 밥을 조금 덜어 고양이에게 주었다. 고양이는 아침저녁으로 와서 먹이를 먹었다. 그러더니 이때부터 마음을 고치고 습관을 바꿔서 비록 음식이나 어육(魚肉)이 앞에 있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입맛 한 번 다시지 않았다. 사람과 친해져서 고개를 숙이며 매일같이 와서 길들여지니 노복들도 고양이를 사랑하여 더욱 잘 길러주었다.
제주(濟州)에서 통판(通判) 벼슬을 하던 남구명(南九明·1661∼1719) 선생의 ‘고양이 이야기(猫說)’입니다. 대책 없던 도둑고양이가 길들이고 보니 그렇게 착할 수 없더라,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바로 안정적인 생계 대책이더라 하는 이야기. 이러니저러니 해도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좋은 백성이 되고 싶습니다.
제주도에는 본래 도적이 없어 밤에 문도 닫지 않고 나그네도 들판에서 잤다. 풍속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가뭄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니 인심이 크게 변하여 도적이 벌 떼처럼 일어나서 소와 말, 곡식이며 옷감을 죄다 훔쳐갔다.
내가 이를 보고 알게 되었으니, 배부르면 양민이요 배고프면 도적이 될 뿐이다(飽則民, 飢則盜耳). 누군들 좋아서 도적이 되고 싶겠는가. 속담에 ‘3일 동안 먹지 못하고 도적이 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三日不食, 鮮不爲盜)’라 하였으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아, 누군들 떳떳한 덕이 없고 염치가 없겠는가마는, 굶주리다 보니 본성을 잃어 살아서는 강도요 죽어서는 흉한 귀신이 된다. 비록 행실을 고쳐 착하게 살아 다시 태평성세의 백성이 되고자 하여도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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