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방공호의 세 사람… 갇힌 걸까 대피한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7일 개봉 ‘클로버필드 10번지’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 미셸(왼쪽)은 그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남자 하워드와 함께 지하 방공호에서 생활한다. 언니네영화사 제공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 미셸(왼쪽)은 그를 구했다고 주장하는 남자 하워드와 함께 지하 방공호에서 생활한다. 언니네영화사 제공
만약 7일 개봉하는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볼 생각이라면 당장 이 기사에서 눈을 떼기를 추천한다. 볼까 말까 고민 중이더라도 되도록 기사를 읽지 않는 편이 낫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싸운 뒤 길을 떠났다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미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은 지하 방공호에서 깨어난다. 자기가 미셸을 구했다고 주장하는 하워드(존 굿맨)는 지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염됐고, 밖으로 나가면 죽게 된다고 말한다. 함께 방공호에 머무르던 에밋(존 갤러거 주니어)은 미셸과는 달리 하워드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미셸은 감금생활을 하며 하워드를 믿을지, 아니면 탈출할지 기로에 선다.

제목만 보면 2008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클로버필드’의 속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클로버필드’는 정체 불명의 괴물이 미국 뉴욕을 공격하며 벌어진 아비규환을 다룬 영화. 핸드헬드(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면서 촬영) 기법으로 촬영한 페이크 다큐 방식으로 관객을 멀미와 구토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영화다. 하지만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보면서 ‘클로버필드’를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 둘은 분위기, 내용, 결말 모두 전혀 다르다.

주요 출연진은 단 세 명, 지하 방공호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는 소란스럽고 난삽했던 ‘클로버필드’와는 달리 정제된 연출로 잘 정돈돼 있다. 특히 미셸과 에밋을 때론 위협하고 때론 달래며 푸근한 시골 아저씨와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를 오가는 굿맨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속편이 판치는 요즘 할리우드지만, 이만큼 창조적인 속편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스릴러부터 공상과학(SF)까지 골고루 오가는 클로버필드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해보길.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영화#개봉#클로버필드 1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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