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올해 사업을 전망하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주목받은 것은 ‘초코’라는 이름의 꼬마곰 캐릭터. 초코는 라인 이모티콘을 활용한 11번째 캐릭터다. 인기 캐릭터 ‘브라운’의 여동생인 초코는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자 곰”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초코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개설 일주일 만에 5만 명을 넘어섰다. 심상아 라인프렌즈 과장은 “여자 곰 캐릭터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향후 여성 화장품이나 패션 제품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 초 갈기 없는 사자 ‘라이언’을 내놨다. 3년 만에 선보인 새 캐릭터다. 1년간 준비해 내놓은 라이언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다른 캐릭터 상품보다 먼저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사랑받으려면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필요가 있어 캐릭터를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와 라인은 정보통신(IT) 업계의 ‘디즈니’가 될 수 있을까.
두 메신저 기업의 메신저용 이모티콘에서 출발한 캐릭터들이 최근 오프라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3년 라인이 캐릭터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뒤 양사는 캐릭터 상품 매장을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화장품, 식음료 등에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도 내놨다. 캐릭터와 관련한 별도 법인을 두지 않았던 두 회사가 지난해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를 설립한 배경이다. 두 회사는 현재 캐릭터 매출 관련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라인의 캐릭터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47% 성장했고, 지난해 6월 설립된 카카오프렌즈의 매출은 103억 원으로 3분기(41억 원) 대비 4분기에 5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브랜드의 선호층은 차이가 난다. 카카오 캐릭터는 한국의 10, 20대 여성의 반응이 뜨겁다. 초등학생 민모 양(11)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자주 봐서인지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선물 중에도 카카오 캐릭터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라인 캐릭터는 외국인, 특히 중국권 출신의 구매 비율이 월등히 높다. 라인의 인기에는 한류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 이달 초 서울 명동 라인프렌즈 매장을 찾은 중국 상하이 출신 첸 씨(20)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들이 이모티콘 캐릭터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도 라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 간다니까 친구들이 라인 신상품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모티콘 캐릭터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시아권에서 인기 있다”며 “온라인에서 상품성 평가를 마친 캐릭터는 오프라인에 나오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IT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캐릭터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유효했다는 해석도 있다.
두 회사가 캐릭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1년 만에 라인과 카카오의 캐릭터 상품 수는 각각 4000종, 1000종에 이르게 됐다. 라인프렌즈는 올해 안에 합자사업을 통해 중국에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대형 키즈카페를 열고 태국에 테마파크도 조성할 계획이다. 카카오프렌즈 역시 사업 다각화 계획을 밝혔다.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오프라인 세상 곳곳을 '점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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