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쌓인 눈속, 길을 내다 ‘雪の大谷’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 일본알프스와 동해를 잇는 ‘알펜루트’

최고 20m 높이에 이르는 해발 2450m의 ‘유키노오타니’설벽 통로. 겨우내 7m나 내리는 엄청난 눈을 치우다보면 이런 높이로 설벽이 형성된다.JNTO제공
최고 20m 높이에 이르는 해발 2450m의 ‘유키노오타니’설벽 통로. 겨우내 7m나 내리는 엄청난 눈을 치우다보면 이런 높이로 설벽이 형성된다.JNTO제공
‘일본알프스’의 다테야마 봉(해발 3015m)을 터널로 관통해 혼슈 한중간의 동해(도야마 현)와 내륙(나가노 현)을 잇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立山 黑部 Alpen-Route)’가 올해는 16일 개통됐다. 이 알펜루트는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폐쇄된다. 평균 7m에 이르는 엄청난 강설량으로 도로가 끊겨서다. 제설작업은 3월 초 시작하는데 관광버스 두 대가 교차할 정도 폭의 고원도로가 설원 한가운데에 뚫리면 비로소 개통식을 열고 관광객을 맞는다. 그 눈길 통로는 ‘유키노오타니(雪の大谷)’라고 불린다. 길을 내기 위해 중장비로 쏘아 올려 퍼낸 눈이 길 양편으로 최고 20m 높이에 이르도록 쌓여 설벽을 형성해선데 그 설벽 통로는 500m나 이어진다. 지구상 이런 곳은 여기뿐이다.

알펜루트의 매력은 이 설벽 통로에 그치지 않는다. 험준한 일본알프스 산악을 여섯 가지의 제각각 다른 교통수단으로 80여 km나 가로질러 바다와 내륙을 두루 여행하는 특이한 체험도 포함된다. 그 루트는 해발 400m부터 2400m까지 고도차 2000m를 섭렵한다. 그래서 풍치 또한 다양하고 특별하다. 지형도 마찬가지여서 고원과 협곡은 물론 댐과 인공 호수까지 만난다. 이 루트의 하이라이트인 다테야마 봉 아래 무로도 고원에서 즐기는 고원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20년 전 소개된 이후 여길 찾는 한국인은 매년 늘고 있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탄생


‘일본알프스’란 나가노 현을 중심으로 포진한 3000m급 산악을 이른다. 그런데 일본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1950년대 후반에 이 다테야마 봉 동쪽의 구로베 협곡에 댐 건설을 시작했다. 지금도 일본 최고의 발전량을 자랑하는 구로베 댐이다. 주(主) 댐은 1963년에 완공됐다. 하지만 하류에 추가로 들인 제4 보조 댐 완공까지는 9년이 더 걸렸다. 건설 당시 공사자재는 협곡 가장자리에 가설한 협궤철도로 수송했다. 그리고 추가 댐 공사 중에는 나가노 현을 통해 인력과 장비를 들이느라 나가노 현 방향의 산을 관통하는 터널과 도로가 가설됐다. 그러면서 동해안(도야마 현)을 잇는 다테야먀 연봉 터널과 케이블카, 산악도로(무로도 고원) 건설이 병행됐다. 이것은 댐 완공 후 국민관광지로 활용할 계획에 따른 별도 공사였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구로베 댐이 완공되던 1972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상에 오직 하나뿐인 산악여행 루트


알펜루트는 총연장 장장 88.7km의 특별한 여행길이다. 도야마에서 출발한다면 우선 해발 475m의 다테야마 역(도야마 현)에서 다테야마 연봉 밑 2450m 고지의 무로도(고원) 역까지 기차와 케이블카(쇠줄로 끌어올리는 산악철도), 고원버스를 번갈아 타고 오른다. 그런 뒤 다테야마 봉은 트롤리(무궤도전기)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해 가로지른다. 그렇게 터널을 관통한 후 다이칸 봉(2361m)부터 종착역 오기자와(나가노 현)까지는 줄곧 내리막. 다이칸 봉에서 수직고도차 906m의 구로베 호수(댐)까지는 공중의 로프웨이와 지하터널의 후니쿨라(급경사철길의 케이블카)로 이동한다. 호수가 조성된 협곡은 댐(길이 800m) 위로 걸어서 건너고 그런 다음 협곡의 한 벽을 형성하는 아카자와 봉(2678m)은 트롤리버스가 운행하는 터널로 가로지른다. 그러면 비로소 협곡을 벗어나 오기자와(고도 1433m)에 이른다.

오기자와 역에는 노선버스가 운행하는데 버스는 하나타야마 고원과 오마치 온천마을을 경유해 열차역이 있는 시나노오마치를 오간다. 기차, 케이블카(산악철도), 버스, 트롤리버스, 로프웨이(공중케이블카), 후니쿨라로 이동하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여행. 탑승시간만 해도 총 2시간 54분(댐 걷기 15분 제외)이 걸린다. 그러니 당일치기라도 중간중간 쉬고 점심식사까지 한다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릴 터이다.

무로도 고원에서 하룻밤 보내기



해발 2450m 내외의 무로도 고원은 알펜루트의 마루(정상)이자 중간의 쉼터. 호텔도 있고 산장도 있다. 대개 하루 일정 여행자라면 여기서 한두 시간 산악풍광을 감상하다 떠난다. 하지만 알펜루트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자 한다면 하룻밤 묵어야 한다. 사람들이 떠난 늦은 오후의 고원. 적막하리만큼 고요한 설원을 홀로 걸을 때 느끼는 그 지극한 고독감이야말로 여기서 숙박하는 보람이다. 거기에 그날 밤 둥근 달이라도 뜬다면…. 교교한 달빛이 설원에 반사돼 부서지며 비추는 산악의 풍광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신비롭다.

나는 10여 년 전 스키까지 가져가 여기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날 한적한 오후 한나절을 이 다테야마 봉 아래서부터 고원중턱의 미다가하라까지 자연설에서 스키를 즐겼다. 물론 여기에 리프트는 없다. 그러니 산중턱까지 걸어 오를 수밖에. 하지만 그 고생은 사서도 할 만했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체험이어서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Travel Info
구로베 다이라와 댐 사이를 오르내리는 후니쿨라.
구로베 다이라와 댐 사이를 오르내리는 후니쿨라.
알펜루트
해는 4월 16일에 개장해 11월 30일 폐장한다. 알펜루트 여행은 설벽 유무에 따라 설벽 관광과 트레킹체험 두 시즌으로 나뉜다.
5월 중순 이후엔 설벽을 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후엔 눈이 녹아 무로도 고원에서 트레킹이 가능해진다. 눈 녹은
후 풀이 돋고 야생화가 피어나는 고원은 그 풍광이 스위스알프스 못지않을 만큼 목가적이다. 알펜루트에선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교통편을 이용한다. 그러니 하루 일정이라도 한두 시간 트레킹을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없다. 한여름 구로베 호수(댐)에선 유람선도
운항한다. ‘관광방류’라 해서 댐의 수문을 열어 물이 추락하는 장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한글) 참조. www.alpen-route.com

알펜루트 티켓 예매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출발시간의 티켓을 예약·결제(신용카드)할 수 있다. 단, 다테야마 역 출발만 가능하며 예약과정은 영어로만 지원. 설경이 멋진 4월의 티켓은 이미 거의 동난 상태다.


펜·다카야마·마쓰모토 지역 관광티켓 이것은 철도패스로 연속 5일간 알펜루트와 주변 기후 현(다카야마)과 나가노 현(마쓰모토),
아이치 현과 나고야 시의 관광지 곳곳을 두루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용기간은 11월 13일까지이며 가격은
1만7500엔(어린이 8750엔). 하나투어 모두투어 여행박사 롯데관광 등지에서 판매 중. 상세한 내용은 D6면의 관련기사 참조.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www.welcometojapan.or.kr)에 상세한 여행정보가 있다.




#여행#나를 찾아서#알펜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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