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바둑 개척자’ 조남철 9단이 초대 국수
‘조훈현 시대’ 무너뜨린 이창호는 당시 10대 소년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 기전인 국수전(國手戰)이 올해 60년을 맞았다. 국수전은 1956년 4월 ‘국수 제1위전’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했다. 숱한 바둑 대회가 생겨났다가 사라졌지만 국수전은 굳건히 전통을 이으며 한국 현대바둑 70년 역사의 한 축으로 뿌리내렸다. 본선 리그 최종 승자가 전기 우승자와 대결하는, 도전기 형식 바둑 종합 기전으로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다.
초대 국수는 ‘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로 불린 고 조남철 9단(1923∼2006)이다. 1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7년간 바둑을 공부한 그는 1945년 현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했다. 김봉선, 김명환, 신호열 등과 벌인 초대 국수전 리그전에서 전승 우승한 그는 9기까지 타이틀을 방어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뒤이어 김인 9단(73)이 중후한 기풍으로 10∼15기 6연패를 했다.
16, 17기는 대세를 추구하는 침착한 기풍의 윤기현 9단(74)이, 18, 19기는 변화와 모험을 도모한 고 하찬석 9단(1948∼2010)이 국수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어 조훈현 9단(63)의 국수 제패기가 시작됐다. 9세 때 프로에 입단해 29년 뒤 한국 최초의 9단이 된 조 9단은 임기응변의 전투적 기풍으로 20∼29기 국수전 10연패를 비롯해 32, 33, 35, 36, 42, 44기 등 지금까지 총 16회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치열한 집념의 한국형 토종 바둑을 보여준 서봉수 9단(63)은 조훈현 9단에게 1980년부터 6년 연속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1986년 30기에서 우승해 원을 풀었고 이듬해 리턴매치에서도 방어에 성공했다.
1980년대 지루한 조-서 대결을 끝낸 사람은 이창호 9단(41)이다. 10대 소년 기사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 9단은 1990년 4단 시절에 스승 조훈현 9단으로부터 국수위를 빼앗으며 이창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 9단은 37∼41기 5연패 등 현재까지 국수전 10회 우승을 이뤘다.
1999년 제43기 국수전에서는 당시 한국기원 소속이던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53)이 조훈현 9단을 2 대 1로 누르고 유일한 여성 국수이자 외국인 국수로 등극해 파란을 일으켰다.
2004년 47기에서 최철한 9단(31)이 이창호 9단을 물리친 것도 큰 이슈가 됐다. 최 9단은 다음해 재대결과 2010년 54기에서도 이 9단을 꺾고 우승해 실력을 증명했다.
2006년 50기 윤준상 9단(29)의 우승 뒤에는 올해 구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된 이세돌 9단(33)이 51, 52기 2회 우승했다. 55∼57기 조한승 9단(34)과 58, 59기 박정환 9단(23)이 새로운 ‘젊은 피’ 시대를 열고 있다.
한번 국수에 오른 기사는 성(姓) 뒤에 ‘국수’ 호칭을 붙여주는 것이 관례다. 그만큼 자타공인 1인자들이 국수 타이틀을 차지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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