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목포 권역에 건립 추진”
김인부터 조훈현, 이세돌 등…세계적인 바둑기사 배출한 전남
바둑 박물관 건립 최적지로 낙점…국내외 바둑 역사 관련 기록물
아시아 전역의 바둑 문화 등 풍성한 콘텐츠로 채울 예정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위치한 한국바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둑 교습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바둑 특성화고교로 바둑 교육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동아일보DB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세돌 9단(33)의 고향은 어디일까?
바로 전남 신안군이다. 이세돌뿐만 아니라 전남은 한국 바둑 고수를 여러 명 배출했다. 전남에 국내 최초의 바둑 박물관 건립이 추진되는 이유다.
전남도는 “‘남도문예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목포 권역에 국내 최초로 바둑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남도문예 르네상스’란 전남을 ‘문예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사업이다. 전남도는 이 프로젝트에 바둑을 핵심으로 두겠다고 선언했다. 바둑 박물관에는 국내외 바둑의 역사에 대한 각종 기록물은 물론 역사 속 위대한 바둑 고수, 대국의 시대별 변천사, 아시아 전역의 바둑 문화와 그 경향성, 나아가 바둑과 연관된 과학과 바둑의 미래에 관련된 각종 콘텐츠가 채워진다. 전시 뿐 아니라 일반인, 어린이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바둑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 예정이다.
바둑 전문가들은 “한국 현대 바둑을 이야기할 때 전남을 떼어놓고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정도여서 바둑 박물관 건립의 최적지는 전남”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전남은 수많은 바둑 고수의 고향이다. 전북 부안 출신의 조남철 국수(1923∼2006년)는 대한민국 최초의 기원인 ‘한성기원’을 1945년에 설립했다. 이 명맥은 호남 출신의 국수들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세돌 9단의 고향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있는 ‘이세돌바둑기념관’.전남 강진이 고향인 시골 소년 김인은 13세 때 바둑판을 품에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1966년 제10기 국수전에서 조남철 9단을 물리쳐 ‘20년 조남철 아성’을 무너뜨리는 세대교체의 선봉장이 됐다. 이후 1970년대 초까지 그는 무적에 가까웠다.
전남 영암 출신의 조훈현은 9세 때인 1962년 세계 최연소로 입단했다. 그는 입단 후 세 살 아래인 조치훈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에서 재입단해 승승장구하며 신인상까지 탔지만 병역 문제로 1972년 귀국한다. 그는 1974년부터 바둑계를 제패하기 시작해 세 번의 전관왕(한 해에 모든 기전에서 우승하는 것)과 응씨배 초대 우승 등 세계 제패로 시대를 풍미했다. 조 9단은 또 전북 전주 출신인 이창호 9단을 내제자로 받아들여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한국 바둑이 세계를 제패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0년대 역시 전남 신안 출신의 이세돌 9단(33)이 세계대회에서 18번 우승했으며 현재 한국 바둑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23) 역시 부모가 전남 출신이다.
전남도는 도내 바둑 선수 양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강화한다. 전남도 바둑팀은 2014, 2015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 10월 진도에서 개최되는 제11회 전남도지사배 전국 아마바둑대회 등 일선 시군에서 개최되는 바둑대회에 대한 지원도 체계화된다.
또 특성화고인 한국바둑고등학교(순천시 주암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바둑 인재 양성에 힘쓰고 이세돌바둑기념관(신안군 비금도)에 대한 지원, 광주과학기술원 및 전남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공지능 연구 활성화도 계획 중이다.
전남도는 “대한민국 바둑의 뿌리인 전남을 전 세계에 알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바둑 명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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