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나무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나무처럼/이현주 글·그림/40쪽·1만2000원·책고래

열 살 되던 해에 낮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 와 살게 된 은행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면 꼭 은행나무만의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나무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나무가 처음 자리 잡은 곳 바로 옆에는 ‘장미 피아노학원’이 있었답니다. 나무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아이들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를 지냈지요. 고양이와 새들도 친구가 되었어요. 2층만큼 자랐을 땐 화가 아저씨가 그려놓은 자기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대요. 3층 콩이네 가족과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사이 아프게 가지치기를 한 뒤엔 더 쑥쑥 자라났고요. 혼자 사시는 4층 할머니의 뒷모습은 너무 슬퍼 나무도 함께 웁니다. 5층을 훌쩍 넘어 자란 나무가 만난 것은 바로 같은 나무들이었어요. 자신과 같이 동네를 지키고 선 나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지요.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모두의 성장담으로 볼 수 있겠어요.

제목이 ‘나무처럼’인 이유가 있네요. 자라는 동안 세상은 꼭 그 나이만큼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점점 더 깊고 넓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요. 상처도 아픔도 겪어내고 나면 훌쩍 자라나 우뚝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또 그런 고민이 자기만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림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을 최소한으로 넣되 작은 폰트로 해서 이미지만으로도 물 흐르듯 읽게 만들었어요. 작가의 두 번째 책인데요, 이야기는 보다 안정되고 완성도도 높아졌어요. 그림 역시 편안하고 자유롭게 풀어져 독자에게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다음 작품이 더 기대돼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나무처럼#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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