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63은 좌하 귀의 뒷맛을 엿보고 있어 보기보다 큰 곳이다. 백 66은 일종의 게릴라 작전인데 흑이 72의 곳으로 안전책을 구사하는 건 굴복처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흑 67이 강수. 이때 백 68로 별생각 없이 젖힌 것이 큰 실수. 이런 모양에선 으레 한 번 젖혀두는데 지금은 대악수였다. 만약 흑이 참고 1도 1처럼 잡으러 왔으면 백 말이 살기 어려웠다.
그런데 백만 고정관념에 빠져 있던 건 아니었다. 흑도 마찬가지였다. 흑 69로 무심코 받아주자 대악수였던 백 68이 큰 이득이 됐다. 흑은 사실상 바둑을 끝낼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71, 73으로 한 점 잡는 정도로 만족했지만 형세는 흑이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흑 75가 악수 교환. 이곳은 참고 2도 흑 1로 끊는 수단이 있는 곳. 백 2로 반발하면 흑 3, 5로 귀에서 살아간다. 만약 백 2로 5의 곳으로 자중하면 흑 ‘가’로 단수하는 수가 남는다. 그런데 이런 수단을 흑 75가 모두 날린 셈. 흑에게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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