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가 선보인 음악 예능 MBC ‘듀엣가요제’와 SBS ‘판타스틱 듀오’,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위부터). 포맷이 매우 닮아 베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SBS 제공
봄나들이가 본격화되는 요즘 TV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예능 프로가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각 방송사는 개편을 통해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일조해 온 전통 예능을 줄줄이 폐지하고 음악, 여행 예능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 ‘장수 예능 프로의 결말은 새드앤딩’
최근 지상파에서 ‘장수 예능’이 칼바람을 맞았다. 1995년 2월 시작해 21년간 방영되던 SBS ‘한밤의 TV연예’는 지난달 23일 마지막 방송을 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는 15년, ‘해피타임’도 11년 만에 이달 초 각각 종영했다. 연예가 소식을 전달하거나 ‘쿡방’의 원조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프로의 폐지 소식에 많은 시청자가 아쉬움을 표했다. KBS도 안전상식, 위기대처법을 소개한 ‘위기탈출 넘버원’(2005∼2016년)을 폐지했고, 연예인 일반인의 스포츠 대결로 인기를 끈 ‘출발 드림팀’(2009년∼)도 폐지를 준비 중이다.
장수 예능 프로 폐지의 이유는 ‘달라진 방송환경’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스타의 소식이나 NG 장면 등의 뒷이야기는 TV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또 ‘시청률’ ‘광고 수익’ 등이 떨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폐지된 프로들은 한때 평균 시청률 10%대를 유지한 ‘밥값 하던’ 프로들. 하지만 폐지를 앞둔 시점에는 시청률이 3∼4%대에 불과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채널 다변화로 전체 광고판매율, 평균 시청률 등이 떨어지며 위기감이 커지자 동력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비인기 장수 프로의 폐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 식상한 음악, 여행 예능… 시청자의 피로감만 높여
폐지된 예능의 빈자리는 최근 인기 높은 소재인 음악, 여행 등이 메우고 있다. 하지만 ‘베끼기’와 같은 유사 예능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자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최근 선보인 음악 예능 MBC ‘듀엣가요제’(8일) SBS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지난달 30일) ‘판타스틱 듀오’(17일)의 첫 방송 시청률은 각각 7.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5%, 4.6%. ‘듀엣 가요제’와 ‘판타스틱 듀오’는 가수와 일반인이 한조로 경연을 벌이는 형식이, ‘듀엣 가요제’와 ‘보컬전쟁…’은 진행자가 성시경으로 겹친다. 평소 TV 예능을 즐겨 본다는 전광호 씨(34·자영업)는 “형식이나 진행자가 겹치는 세 프로에서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며 “(볼 수 있는 프로의) 선택지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탈출…’의 후속으로는 스타의 여행을 다룬 ‘수상한 휴가’가 편성돼 다음 달 2일 방송을 앞두고 있다. 여행 예능도 그동안 tvN의 ‘꽃보다 ○○’ 시리즈의 반복된 자기 복제로 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쿡방’처럼 잘되는 프로가 나오면 방송사마다 비슷한 프로를 쏟아내 금방 식상해지기 십상”이라며 “예능의 생명력을 높이기 위해 참신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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