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만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봄이 되면 꽃구경을 간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을 골라서 신나게 간다. 휴가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 따르면 내가 누려야 할 좋은 휴가보다 더 소중한 휴가가 있다고 한다. 평생 받을 수 있는 내 모든 월차와 휴가와 병가를 다 반납해도 아깝지 않을 휴가가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하늘나라 어머니가 받으셨으면 하는 휴가다.
정채봉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유명한 동화작가다. 그의 동화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 어머니가 너무나 필요하고 그립고 좋다. 이유가 있어서 그립겠는가. 그냥 그립다. 자고 나도 그립고, 잊어버렸다가도 그립고, 힘이 들면 더 그립고, 힘이 들지 않아도 그립다. 그런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 참 좋겠는데 저 먼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다. 그러니 딱 하루만, 아니 딱 5분만이라도 어머니가 휴가를 얻어 나를 보러 오시면 참말로 좋겠다.
시인이 어머니를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은 몹시 단순하다.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를 쳐다보고 싶다. 엄마한테 살을 비비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엄마’라고 부르고 억울했던 일을 일러바치고 싶다. 다 큰 남자 어른이 엄마가 오시면 엉엉 울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구절이 가슴에 콱 하고 박힌다. 이 말은 곧,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들어 늙어가도 마음속의 어린아이는 그대로 남아 있는 법이다. 시인이 유난해서가 아니다. 덜 성숙해서가 아니다. 사람은 원래 이런 것이다. 그러니까 곧 돌아올 5월 어린이날이 되면, 내 안의 어린아이 얼굴도 한번 어루만져 줄 일이다. 어린아이를 만들어 준 엄마의 얼굴도 한번 떠올려 볼 일이다. 아주 슬프고 불가능한 휴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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