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입니다. 또다시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첫 곡인 ‘아름다운 오월에’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오월/모든 싹들이 돋아날 때/나의 마음에도/사랑이 돋아났노라….’
이 노래를 들을 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가수가 독일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1930∼1966)입니다. 그는 1965년 35세의 한창 나이로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서 이 곡을 후베르트 기젠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불러 “놀랍다(wunderlich)는 그의 이름처럼 놀랍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어 같은 곡을 기젠과 함께 녹음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에 그의 행운은 끝을 맺었습니다.
1966년 9월, 그는 고향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북부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집에서 파티가 벌어졌는데, 한잔해서 거나해졌는지 그만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다쳤습니다. 하이델베르크대 의과대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50년이 지났습니다. 살아있다면 86세가 되겠죠. 이 ‘시인의 사랑’ 음반에서 보여준 따스하면서도 정갈하고 풍성한 음성,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에 밀착해 사소한 뉘앙스까지 전달하는 이지적인 해석을 느껴보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자리가 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후 수많은 ‘시인의 사랑’ 명음반이 나왔지만 낫고 못하고를 떠나 분더리히가 노래한 ‘시인의 사랑’ 없이는 온전히 이 작품을 말할 수 없다는 데 평론가들의 생각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분더리히가 세상을 떠난 날짜는 9월 17일이지만 매년 5월이면 그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오월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의 서거 50주년을 맞아 미리 언급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 가곡집 마지막 곡인 ‘불쾌한 옛노래’에는 ‘내 불쾌한 꿈을 하이델베르크의 술통보다 큰 관(棺)에 넣어 땅에 묻어버리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코너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시인 하이네가 이 가사를 썼고, 하이델베르크대 법대에서 수학했던 슈만이 곡을 붙였는데, 이 곡의 전설적 명연주를 남긴 분더리히는 하이델베르크대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고 고향 근처인 그 부근에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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