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흑 29는 평상시에는 기리(棋理)에 어긋나는 단수 몰이. 그러나 지금은 흑 31이 있어 가능하다. 백이 한 점을 잇지 못하고 32로 나올 수밖에 없을 때 흑 33으로 때려내자 흑의 신수가 훤해졌다.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백돌을 잡으며 흑이 말할 수 없이 두터워진 것.
이때 백 34도 지나치게 얌전한 수였다. 일반적으론 뒷맛을 남겨둔다는 의미에서 백 34로 그냥 뻗어두는 게 훨씬 묘미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선 속수처럼 보이는 참고도 백 1, 3이 좋았다. 이 그림은 일단 백 5로 좌변 흑 2점을 잡으면서 중앙 백돌이 안정했을 뿐 아니라 백 7로 밀어가 흑을 압박할 수 있다. 참고도는 그나마 백의 피해를 가장 최소화한 것인데 실전에선 중앙 백돌이 근거 없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 평상시와 똑같이 둬도 어떤 상황에선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바둑의 어려운 점이다.
이어 흑이 39를 선수하고 41로 중앙 백 5점을 공격하고 나서자 국면의 주도권이 완연히 흑에게 쥐어진 느낌이다. 백 5점의 타개가 어렵진 않겠으나 꽤 시달릴 모양이다. 실제 이후 국면에서도 백 5점의 처리가 계륵처럼 내내 백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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