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주해 온 지 4년 가까이 된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대한 업무를 시작한 지도 3년 차가 되니 자연스레 육지와 제주의 산업을 비교해 보곤 한다. 그동안 제주 지역에 있는 여러 업체를 방문하면서 이곳 경제와 산업에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곳의 산업구조는 육지와 많이 다르다. 관광 레저 숙박업 등 서비스업과 1차산업이 주를 이룬다. 그 다음으로는 1차산업의 결과물을 가공하는 식품산업이다. 요즘엔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건축업도 성행하고 있다. 제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육지와는 달리 제조업이 5% 미만이고 90% 이상이 10명 미만의 사업장이다.
경제활동을 동반해 제주로 이주하려면, 지역 상황과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 가운데 ‘제주는 여행객이 많으니 음식점이나 숙박업을 하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지 사정을 지역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아는 분들 중에도 숙박업 음식점을 하려고 준비하다가 손해를 꽤 보고 사업을 접은 일이 있다. 사전 준비가 부족해서 낭패를 겪은 것이다. 제주로 이주해 와서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제주가 겉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실제 살려고 들면 노력 없이는 어려울뿐더러 이주해 와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육지에 있는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의 제조업이 제주에 들어오기는 힘들다. 제주에는 그런 산업을 반기지 않는 사람이 많다. 더 나아가 이주민의 증가나 새로운 관광지 개발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도 적잖다. 그러한 시각에 비추어 보면, 자연 경관을 해치는 업종이나 제조업보다 정보기술(IT) 업종이, 공장 라인이나 창고가 필요 없는 제조사의 설계나 연구 부서가 제주로 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육지 기업들이 간혹 이주해 오지만 제주 주민과 학생들의 취업으로 이어지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이 한 달에 1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젊은층도 많겠지만 은퇴 후 환경 좋은 곳을 선호해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은퇴한 분들 중에는 각종 경력과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공공기관에서는 그들에게 사전 조사, 브레인스토밍 같은 세미나 등을 지원하고 그들의 지식을 활용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직업이나 취업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관공서에서는 공공의 시각이 있고, 육지에서 터전을 옮겨 생활하는 이주민도 그 나름의 시각이 있다. 또 지역주민도 생활환경이 변하면서 여러 견해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견해와 시각이 합쳐지는 접점을 찾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 상담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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