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모두 같으니 똑같이 높이고 섬겨야 한다는 말이다. 세 분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 스승을 높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이 말이 많이 언급된다는 것은 사용 빈도만큼이나 사람들이 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스승에 대한 위상이 과연 임금과 아버지에 비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교권이 실종되었다고 하는 요즘 사회뿐 아니라, 윤리의식이 강했던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듯하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윤기는 임금에게 바치는 책문(策文)에서 이 의문에 답을 한다.
‘스승의 경우에는 은혜와 사랑이 부자 사이와는 다르고 엄함과 위세가 군신 사이와는 달라 오륜과 삼강의 조목에 들지 않았으니, 이분들이 일체라는 말에 의심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다른 데에 있지 않고 오직 스승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간의 친함과 군신 간의 의리, 오륜의 가르침과 삼강의 법칙을 스승이 아니라면 누가 밝히고 누가 전해 주겠습니까.’
유가 사회의 기본 윤리로 삼강과 오륜을 말하는데, 여기에 스승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만큼 스승에 대한 존중이 소홀해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겠다. 그러나 백지 상태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지식뿐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인간 사회의 질서를 가르쳐 주는 스승이 없다면 인간다운 인간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부모에 대한 존중도 희미해져 가는 사회라지만, 교권의 추락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교단에 서 있는 것만으로 스승임을 자임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진정한 스승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 것이며, 그런 스승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서로 깊이 생각하며 반성해야 할 것이다.
윤기(尹H·1741∼1826)는 본관은 파평(坡平), 호는 무명자(無名子)이다. 성호 이익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장령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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