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 제일 바쁜 달은 5월이다. 가정의 달인 데다 연휴가 많고 전국은 축제에 빠져든다. 각 지역은 특산물 축제를 열고 특색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를 내어 놓는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부터 한지축제와 단오제, 전주대사습놀이 등 전통과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 한옥마을은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나고 우리 식당이 있는 남부시장도 인파로 북적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휴 기간엔 토할 정도로 바빴다.
그런데 사람 맘이란 게 참 이상하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손님이 없어 죽겠더니, 축제기간이나 연휴엔 바빠 죽겠으니 손님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든다. 손님들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손님과 눈 마주치는 것도 무서워 고개를 돌릴 때도 있다. 없으면 굶어죽겠고 많으면 힘들어 죽겠으니 어쩌면 좋은가.
그래도 손님이 많아지면 통장이 두둑해지고 아내 잔소리도 없어지니 내 몸은 편안해진다. 그래, 가게에 손님이 많이 와서 우리 가정이 평안해진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자.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다. 연휴가 끝나면 마음이 다시 불편해진다.
난 손님 얼굴도 바라보지 못하고 알바 친구가 전해주는 주문 딱지만 바라보며 뒤돌아 팬만 돌려대는 조리장이 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식당은 한 끼 때우고 가는 곳이 아닌, 손님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문하는 이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잔뜩 기대하는 그 사람에게 또 다른 세상을 이야기해 주는 게 나의 일이다. 음식은 마음에 들었는지, 전주에 사는 분인지, 전주에 산 지는 얼마나 됐는지, 아니면 여행 온 분인지, 그렇다면 어디를 구경했고 무엇을 먹었는지, 전주에 실망하지 않았는지, 실망했다면 남은 시간엔 이런저런 곳에 가보라고 이야기하는 게 바로 나의 일이다.
그런데, 채워 놓기만 하면 자꾸 없어져 가는 나의 통장에 더 많은 ‘0’자를 채우기 위해 벽만 바라보고 손에 쥐나게 팬만 돌린다면 난 다시 결혼 전 서울생활을 떠올리며 ‘이건 아닌데…’라는 방황을 시작할 것이다.
식당엔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그저 지나다 한번 들러 보는 집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오는 분이 있기에 난 이곳이 좋다. 기억에 남는다고 다시 찾아오시는 분이 늘어나길 원한다. 지나가는 길에 인증 샷이나 남기려고 간판만 무지막지하게 찍어대는 것보다 나와 마주 앉아 시원∼하게 맥주 한 잔 건배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 같은 인연이 되길 기원한다.
꼭 전주 여행이 아니어도 된다. 어딜 여행하든 블로그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지역사람이 추천하는 곳에서 여유롭게 차나 식사를 하면서 ‘쥔장’과 이야기하며 추억을 쌓아 보는 건 어떨까?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방법은 많다.
※필자(42)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남부시장에서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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