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이지대 부속 요네자와 요시히로 기념도서관은 만화 및 대중문화 평론가인 요네자와 요시히로(米澤嘉博·1953∼2006)가 수집한 잡지와 단행본, 영화와 음악 자료 14만여 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요네자와는 4500여 상자 분량 자료를 갖고 이사하던 중 1층 집주인이 항의한 탓에 이사를 못 했다는 전설을 남겼다.
프랑스 북동부 셀레스타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베아투스 레나누스 도서관 장서는, 베아투스 레나누스(1485∼1547)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곳 라틴어학교에 기증한 책과 문서 1700여 점이다. 그는 학생 때부터 교정(校正)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책을 모았고 출판인이 되어 고전과 인문주의자들의 논저를 펴냈다.
이렇게 잘 보존되어 빛을 발한 개인 장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문화의 재료가 될 만한 것은 내용의 경향을 묻지 않고 극력 수집하여’ 이룬 육당 최남선의 장서 17만 권은 1951년 4월에 폭격으로 인한 화재로 서울 우이동 저택에서 소실됐다. 육당은 당시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십 년 전 골라 골라 깊이 소개(疏開)하여 둠이 십 년 후 화장터를 준비한 것이란 말인가. 술, 노름, 꽃 대신 너를 잡고 지냈어라. 설움에 위로받고 기꺼움을 서로 나눠 놀기도 많이 했거니 떨어져도 보세나, 언제고 정리하여 빛내는 날 있겠거니, 수없는 고문서와 23만 조사카드 마침내 돼지에게 진주더란 말인가.”
개인 장서는 제 주인을 만나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낳기도 한다. 12세기 중국 남송 시대 쓰촨 지방의 관리 정도(井度)는 조공무(晁公武)가 학문을 애호하는 것에 크게 감동했다. 정도는 자신이 10년간 수집한 귀중 도서를 모두 조공무에게 주었다. 조공무가 이를 바탕으로 쓴 ‘군재독서지(郡齋讀書志)’는 문헌학 연구에 크게 기여해 왔다.
개인 장서 기증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송영달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 명예교수는 30년 넘게 모은 한국 관련 해외도서 317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188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희귀본이 다수다. 이 도서관에 보낸 편지에서 그가 말했다. “내가 수집한 책들이 본연의 자리, 있어야 할 곳에 속하게 되었다.”
개인 장서가들의 소중한 뜻이 모여 책 문화의 역사가 면면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송영달 개인문고 설치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6월 5일까지)에서 그 뜻과 만날 수 있다. 1947년 오세창(1864∼1953)의 위창(葦滄)문고 설치 이후 이 도서관의 서른 번째 개인문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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