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의 아이돌 멤버들이 한순간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걸그룹 AOA 얘깁니다. 발단은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하는 ‘채널AOA’에서 시작됐습니다. 열성 팬은 아닌지라 논란을 접하고 난 뒤에야 방송을 찾아봤습니다.
3일 방송에서 AOA 멤버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각종 게임을 합니다. 초반에는 초성만 보고 영화 제목 맞히기, 사칙연산 등 비교적 평범한 과제들이 나옵니다. 문제는 지민과 설현이 참여한 ‘사진 속 인물 이름 맞히기’. 안중근 의사 얼굴도 제시된 사진 중 하나였습니다.
멤버 지민은 “안창호 맞아요?”라고 묻습니다. 제작진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라는 힌트를 줍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哈爾濱)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인물이지요. 불행히도 지민은 여기서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답합니다. 옆에 있던 설현은 엉뚱하게도 스마트폰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검색합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사람이지요.
방송 여파는 컸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어떻게 안중근을 모를 수 있느냐”는 비판에서부터 입에 담기 민망한 인신공격도 줄을 이었습니다. ‘우월한 몸매’로 지난해 말부터 각종 광고를 독차지해 온 설현, ‘센 언니’들과의 랩 대결에서도 기죽지 않았던 지민이 순식간에 ‘역사에 무지한 아이돌’로 전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무식하다며 돌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가수 김종민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무지를 개그 소재로 승화시킵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걸그룹 아이오아이 멤버 김세정은 “루트(√) 개념이 어렵다”는 다른 멤버 전소미의 얘기에 “내가 그것 때문에 수학을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논란은 없었습니다. ‘무한도전’에선 아예 무식함으로 이슈가 된 연예인을 한데 모아놓고 ‘뇌순남(뇌가 순진한 남자), 뇌순녀’ 특집을 마련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유독 AOA가 뭇매를 맞는 이유는 이들이 몰랐던 게 역사 관련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역사만큼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무장한 이들의 공격은 최고 인기 걸그룹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거겠지요.
하지만 모르는 건 배우면 해결되는 문제 아닐까요. 외려 비판은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이를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이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몰라서 잘못한 것보다 알면서 눈감은 게 더 나쁘다고들 하니까요.
이참에 아이돌의 실태도 돌아보면 어떨까요. 연습생 때는 데뷔를 목표로, 데뷔한 뒤에는 온갖 방송 활동과 공연 때문에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게 그들의 현실이잖아요. 개인을 향한 비난은 특정인을 병들게 하지만 구조에 대한 비판은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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