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산과 들의 푸른 기운을 한 몸에 모아 땅속 저 깊은 곳의 뜨거운 숨결까지 끌어 모아 저 높은 곳 하늘로 쉼 없이 올리고
해와 달과 별의 노래들을 몸으로 받아 넓은 하늘에 수없이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꿈들을 손으로 따서
이 땅 위에 흩뿌리기 위하여 이 땅속에 깊이깊이 심기 위하여
반도 한복판을 가르며 흐르는 물길을 굽어보며 기름진 들판을 어루만지며 산과 동무해 나 여기 서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바람을 한데 모아 산짐승 들짐승의 웃음과 울음을 한데 모아 나무와 풀 바위며 돌과 흙의 숨결까지 한데 모아
비와 눈과 바람의 기운까지 끌어 모아 천둥과 번개의 힘까지 끌어 모아
높고 넓은 하늘에 꿈으로 열매 맺기 위하여 땅에 널리 퍼져 노래가 되기 위하여 서로 얼싸안고 뛰노는 춤이 되게 하기 위하여
바로 여기였구나, 셋으로 나뉘었던 내 나라 하나로 모은 통일신라의 한가운데 배꼽이 되는 곳. 동, 서, 남, 북의 꼭짓점에서 둥글게 하늘을 끌어안고 날개를 펴던 기념비가 서 있구나.
신라 원성왕(재위 785∼798) 때 국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남, 북 맨 끝에서 걸음 빠르기가 같은 이가 동시에 출발해 맞닿는 지점에 탑을 세웠다 한다. ‘중앙탑’이라 더 많이 불리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
1917년 이 탑이 기울어져 해체 복원공사를 할 때 6층 몸돌에서 기록물의 조각과 구리거울, 목제칠합, 은제사리합이 나오고 기단부에서 청동합이 나왔는데 구리거울은 고려시대에 탑을 열고 사리장치를 봉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고장에서 소년 시절을 보낸 신경림 시인은 남한강 가의 탑이 있는 언덕에서 뗏목꾼의 쩌렁한 소리가락을 들었다고 한다. 그날을 돌아보며 ‘산과 동무해 나 여기 서 있다’고 키 작은 소년이 오십 척 거인이 되어 ‘천둥과 번개의 힘까지 끌어’ 모은다. 중앙탑이여. 네가 목 놓아 부를, 남북이 하나 되는 날의 노래를 하루빨리 듣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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