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서구 경제 이론인 ‘공급 측 경제학’이 요즘 중국에서 부활했다. 시진핑 정부가 석탄 철강 등 국유기업의 공급 과잉 구조 타파 등 경제 혁신을 위한 화두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차이가 있다.
시 주석 스스로 “서방의 공급 측 개혁은 수요가 부진하자 주로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 생산자들의 공급 의욕을 높여주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생산 효과가 낮고 저부가가치인 제품 공급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늘려 수요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공급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지도자가 ‘정의’를 내리고 ‘훈시’를 하듯 설명하는 것을 보면 ‘공급 측 개혁’ 혹은 ‘공급 측 경제학’이 중국에서 경제 이론인지 정부의 방침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튼 학문도 일당 집권하고 있는 공산당의 지침에 맞아야 하는 중국에서는 ‘공급 측 경제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나온 ‘공급 측 경제학’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중국판 공급 측 경제학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을 이끄는 중국 지도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필요하다.
올해 3월 출판된 ‘공급 측 개혁’(중국문사출판사)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당과 정부에서 정책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두루 필자에 포함됐다. 당과 정부의 권위 있는 해석과 관점이 무엇인지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세우는 기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우징롄(吳敬璉) 연구원이 중국이 당면한 어떤 과제 때문에 공급 측 개혁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소인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장빈(張斌) 연구원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경제 현황을 심층 분석했다.
시 주석이 직접 조장을 맡고 있는 당의 경제 정책 형성 최고 기구인 중공중앙재경영도소조의 양웨이민(楊偉民) 부주임은 “세계적인 경제 성장 속도는 완만해진 반면 중국의 경제 규모는 커져 그만큼 세계 경제가 중국 경제를 이끌 동력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공급 측 경제 개혁이 필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양 부주임은 “국내적으로 기존 생산 구조는 중저소득층을 겨냥한 값싼 제품에 머물러 이미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중고소득층을 위한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제 침체가 소비가 아닌 공급 측의 문제라는 것이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은 “중국은 인구 고령화 가속화, 16∼59세 노동인구의 감소, 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중등 소득 함정’(개발도상국이 중간 소득 국가에서 성장력을 상실하여 고소득 국가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공급 측 개혁의 주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호구 개혁 등을 통해 건전한 도시화를 추진해 6억∼7억 명에 이르는 농촌 인구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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