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이 온통 쑥대밭이다. 한 곳에서 포연이 일다가 그치는가 싶더니 다른 곳에서 다시 일어난다. 두 대국자의 기세가 빚어낸 전투는 멈출 줄 모른다. 백 ○로 끊은 수 역시 기백 넘치는 수. 흑은 일단 81, 83으로 자중한다. 백이 두터운 곳이라 섣불리 나대다가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백은 하변 6점을 흑에게 내줘 실리로는 큰 손해를 봤지만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고 88까지 죽죽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백의 약점도 적지 않다. 흑 91의 침착한 이음에 이어 93으로 끊고 95로 늘어 백을 강하게 압박한다. 흑은 이를 통해 좌변 흑 진영을 자연스럽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내다보고 있다.
흑 95 때 정수라면 이 언저리를 보강하는 게 맞다. 백의 약점이 쉽게 눈에 보이기 때문. 하지만 여길 보강하다간 발이 늦어져 영영 희망이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백은 눈을 딱 감고 명당 중의 명당인 백 96을 차지한다. 이곳을 놓치면 백은 더 이상 힘을 쓸 수가 없다. 흑이 거꾸로 이 부근을 두는 것과 비교하면 쌍방 공수가 바뀐다.
백 96 이전에 참고도 백 1로 약점을 선수로 보강하는 수는 없을까. 그건 백의 일방적 희망일 뿐이다. 흑 8까지 촉촉수로 백이 잡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