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영화 ‘대부’의 대부, 니노 로타의 소나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서울은 주말에 계속 강한 햇살이 이어졌습니다. 상쾌하고 화창하다는 기분을 약간 넘어 오히려 눈을 뜨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부심이었죠. 이렇게 햇살이 강할 때는 기분이 오히려 약간 처연해집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겁니다. 갑자기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1960년)’의 처연한 주제음악을 머리에 떠올린 것은. 그야말로 햇살 가득한 하늘을 채우는 듯한 트럼펫 솔로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이 음악을 작곡한 니노 로타(1911∼1960)는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데리코 펠리니나 루키노 비스콘티 같은 명장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고, ‘대부(Godfather)’ 3부작이 특히 강한 인상을 남겼죠. ‘대부2’는 1974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를 왜 쫄깃 ‘클래식’감 코너에 소개하느냐고요? 그가 이른바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는 작품도 여럿 남겼고 이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교향곡도 세 곡 있고, ‘피렌체의 밀짚모자’를 비롯해 열한 곡이나 되는 오페라도 남겼습니다. 그의 트럼본 협주곡은 금관악기 트롬본이 나타낼 수 있는 기교들을 매력적으로 표현해 오늘날 세계의 금관악기 콩쿠르에서도 과제곡으로 자주 쓰입니다.

6월 2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안드레아스 오텐잠머 호세 가야르도’ 음악회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클라리네티스트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오텐자머)와 피아니스트 호세 가야르도가 로타의 클라리넷 소나타 D장조를 소개합니다. 로타의 영화음악처럼 마냥 달콤하거나 감상적이지는 않지만, ‘현대음악’ 하면 대뜸 느껴지는 부담감은 갖지 않아도 되는 우아한 작품입니다. 로타의 곡 외에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들도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어울림이 아니라 클라리넷과 피아노라는 색다른 조합의 앙상블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지난주의 때 이른 폭염은 물러갔지만 이제 다가오는 여름을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어린 시절 어느 더운 여름 주말 밤에 본 영화 ‘라 스트라다(길)’에 나오는 여주인공 젤소미나의 구슬픈 노래도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 선율 역시 로타의 솜씨였기 때문일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영화 대부#니노 로타#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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