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이 책!]‘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나만의 독서觀 세우고 ‘내면의 도서관’갖춰라

독서는 힘겨운 노동이다. 재밌는 책을 읽을 때조차 그렇다. 걸작이나 고전으로 인정받는 책일수록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보니 독서는 지겨운 숙제가 돼버렸다. 더욱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완독에 대한 강요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이란 제목은 신선하다. 저자인 피에르 바야르는 우리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어차피 우리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가 없고, 읽은 것을 전부 기억할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책 하나에 몰두해도 다른 책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십상이니까.

심지어 바야르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경우 책을 읽지 않아야 외려 그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위악적이든 진심이든 그의 이런 진술들은 사회적으로 뿌리 내린 완독 강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사실 그의 진의는 독서가의 본질을 알리는 데 있다. 그에 따르면 독서가란 그저 책 한 권을 탐독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책에 매몰되어 다른 책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책을 두루 껴안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독서가는 수많은 책들의 계보와 관계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바야르의 표현을 빌리면 각자 ‘내면의 도서관’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교양이란 단순히 책을 완독하고 그걸 기억하는 게 아니다. 사서가 도서관을 관리하듯 많은 책들의 체계를 나름대로 정리해 놓고, 새로운 책을 접하면 그에 맞는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내면의 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다면, 읽지 않은 책도 능란하게 말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책에 대한 ‘총체적 시각’, 다른 말로 책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했는지 여부다. 이는 결국 세상을 보는 시각과도 연결된다. 이게 바로, 진정한 교양인의 모습인 것이다.
 
이원석 문화연구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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