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죽음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4일 03시 00분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지음/이강은 옮김/160쪽·1만 원·창비

《지난 일주일 동안 450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무리 죽음을 무시하려고 해도, 가족 중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의 죽음도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막연하지만 두려움뿐이므로.

톨스토이는 중단편집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에선 이반 일리치에게 다가온 죽음을 두고 친구와 가족들 그리고 이반 일리치 자신이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담았다. 타인의 죽음이란 ‘다행히 나에게 다가오지 않은 일’일 뿐일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놓고 절친했던 판사 동료들이 품는 마음이 그렇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가 이반 일리치의 자리로 갈 것이기에 동료들은 자리 이동과 보직 변경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마저 자신의 처남을 어느 자리로 불러 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반 일리치가 안됐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타인의 안도감은 씁쓸한 감정을 갖게 한다.

이반 일리치가 다가오는 죽음을 부정하려는 모습 또한 죽음의 한 과정이 아닐까. 그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자신을 빼놓곤 가족 모두가 건강하다는 게 심정적으로 힘겹다. 몸이 거북하고 불편해지면서 이반 일리치는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고 관계가 소원해진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했던 아내는 이런 남편이 얼른 죽었으면 싶다가도 남편이 죽으면 봉급도 없으리라는 사실 때문에 죽음이 두렵다.

죽고 싶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 말은 실은 간절하게 살고 싶다는 호소가 아닐까. 이반 일리치도 고통받지 않길 바랐고, 할 수만 있다면 살고 싶었으리라. 그는 지나온 삶이 기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죽음의 고통 앞에 선 순간이야말로 평범했던 시간들이 행복했던 때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면서 오늘을 사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 내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일상, 오늘 내가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만난 것…. 우리가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임현경 광주 북구 문흥1동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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