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구여 공양구여 향기로운 공양구여 어지러운 고려의 뜰 한편에 숨어서 간절히 바치고 싶던 마음의 그릇이여
청동 은입사 균형 잡힌 품격 안으로 얼마나 많은 백성의 기원이 담기고 스며 오늘도 시정市井을 향해 잠 못 들고 계시온지…
꽃들은 어여쁨이 아니고 향기로 벌 나비를 끌어들이고 사향노루는 배꼽 밑에 향낭을 차고 먼 데 암컷을 부른다. 구약에도 따뜻한 우정을 향기에 비유했고 법구경에는 ‘꽃향기는 바람이 거스르면 맡을 수 없지만 사람의 향기는 바람이 불어도 가시지가 않는다’고 했으니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향기를 저마다 가지라는 것인데, 꽃 냄새도 못 맡는 코를 가지고 향기 나는 사람을 어찌 알아보랴. 곤충이나 산짐승이 그 관능으로 향기를 쫓는 것과는 달리 인류는 먼 옛날부터 신성한 제례의식에 향불을 피우고 향유를 써왔었다.
이 ‘표충사 청동함은향완(靑銅含銀香완·국보 75호)’은 넓은 전의 안쪽에 57자의 명문이 있어 고려 명종 7년(1177년)의 제작 연대를 밝히고 점각으로 ‘창녕 북면 용흥사’로 새겨 있어 그 절에서 표충사로 옮겨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발 모양에 나팔 모양의 받침이 있는 26.1cm의 고배형(高杯形)인데 청동 몸통에 은실을 새겨 넣은 입사(入絲)로 네 곳에 범(梵)자와 구름무늬가 있고 받침에는 용이 구름 속에 노는 그림을 아주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향은 신성한 존재에 정성을 통하게 하는 데 쓰인다’라 하고 ‘신성한 존재란 삼보(三寶), 즉 불(佛), 법(法), 승(僧)’이라고 하였으니 불공과 예불을 올릴 때 어느 그릇보다도 이 향완이 높이 앉아 향을 피우게 된 것이리라.
시인은 ‘어지러운 고려의 뜰 한편에 숨어서/간절히 바치고 싶던 마음의 그릇이여’라고 읊었는데 그 간절한 염원의 향연(香煙)이 이 나라 산천 가득히 흘러넘쳐 복된 세상 이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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