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시각장애인이 세상을 보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적이 있다. 흰 지팡이로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숙련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곁을 지켰지만 눈을 가린 순간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앞에 벽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가운데 외부 정보의 80∼90%를 시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이토 아사 지음·박상곤 옮김·에쎄)는 시각장애인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공간 인식법, 신체 사용법, 의사 소통법을 분석했다. 이들은 신발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통해 지하철의 급정거 여부를 예측하고 커피숍에서 주변 소리를 통해 화장실의 위치도 파악한다. 달은 다양한 모습으로 상상한다. 당연하게 인지했던 세상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음을 세세하게 알게 됐다. ‘다름’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시각장애인#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이토 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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