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밀턴’ 토니상 휩쓸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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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남우주연상 등 11관왕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브로드웨이의 영광을 온몸으로 거머쥐다.”

미국 10달러 지폐에도 얼굴이 실린 정치가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을 다룬 뮤지컬 ‘해밀턴’이 제70회 토니상을 휩쓸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 비컨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11관왕에 올랐다.

‘해밀턴’의 완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해 8월 막을 올린 뒤 줄곧 매진 행렬을 이어간 최고 인기 작품이기 때문. 암표는 물론이고 위조 표까지 나왔을 정도다.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역사물을 강렬하고 산뜻한 힙합으로 풀어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지난달 동아일보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해외 뮤지컬’ 2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다인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기대됐던 최다 부문 수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여우주연상 등을 놓치며 타이기록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2001년을 강타했던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세운 12관왕이 역대 최다 수상이다.

70회를 맞아 흥겨운 축제가 됐어야 할 시상식 분위기는 무거웠다. 같은 날 새벽 올랜도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 참극의 슬픔이 무대를 짓눌렀다. 시상식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가슴에 회색 리본을 달고 조의를 표했다.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해밀턴’ 축하 공연도 원래 극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소총 소품을 아예 빼고 진행했다. 시상식을 진행한 배우 제임스 코든은 개막 무대에 올라 “잔혹한 참사를 당한 모든 이에게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며 위로를 표했다.

연극 부문에서는 추수감사절에 모인 평범한 미 중산층 가족의 속내를 들여다본 작품 ‘더 휴먼스’가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 1976년 영화 ‘킹콩’의 여주인공으로 데뷔한 원로배우 제시카 랭(76)은 유진 오닐의 극본으로 유명한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랭은 2번의 오스카상을 비롯해 숱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받았지만 토니는 이번이 처음이다. 랭은 “마침내 오랜 꿈이 이뤄졌지만 이렇게 슬픈 날 큰 행복이 찾아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해밀턴#토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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