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10주기와 화가 천경자(1924∼2015)의 1주기를 추모하는 전시가 14일 동시에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개막했다.
7월 31일까지 3층 전시실에서 여는 ‘백남준 ∞ 플럭서스’전은 백남준의 진면목을 모처럼 차분하게 돌이킬 수 있도록 영리하게 정리한 전시다. 조각, 사진, 설치작품, 전시홍보 포스터 등의 자료를 포함한 200여 점의 전시품에 적절한 공간 호흡을 안배했다.
백남준은 1960∼9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플럭서스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부르주아의 병든 세계, 지적이고 전문적이며 상업화된 문화를 추방하고 죽은 예술, 모방, 유럽주의 세계를 추방하라”고 선언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추구했다.
이번 추모전은 이 운동이 백남준 예술의 모태가 됐다고 보고 플럭서스의 자취와 백남준의 작품을 두 전시실에 나눠 동등한 비중으로 다뤘다. 백남준의 작품에만 국한하지 않고 존 케이지, 조지 머추너스, 요제프 보이스, 오노 요코 등 그와 교감을 나누며 활동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1996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작가가 바퀴의자를 탄 TV로봇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화상 달마 휠’(1998년),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불상을 보여주는 ‘TV 부처’(1992년), 유가족이 보관하다 처음으로 공개하는 ‘시집온 부처’(1992년) 등 대표작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다.
8월 7일까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천경자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는 작가가 1979년 발표한 책 ‘자유로운 여자’ 내용에서 제목을 발췌했다. 1998년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93점 등 100여 점을 공개한다.
1941년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재학 시절 그린 작품, 가족의 죽음과 6·25전쟁을 잇달아 경험한 뒤 복잡한 심상을 뒤얽힌 뱀 무리의 이미지에 이입한 ‘생태’(1951년),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 등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천경자 상설전시실’은 사진, 신문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 삽화, 영상 등을 모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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