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10년마다 나타나는 한국 문학의 새 얼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소설가 정지돈 씨와 얘기를 나누다 그가 속한 문학 집단 ‘후장사실주의’의 멤버들이 주로 1983∼1985년생이라는 걸 알게 됐다. 딱히 지향하는 문학적 이념도 철학도 없다는 이 집단에 속한 소설가 오한기 박솔뫼 씨, 평론가 강동호 씨 등의 연배는 한두 살 차이로 비슷했다. 이들뿐 아니라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6만 부나 팔린 시인 박준 씨, 순소설과 장르물의 경계를 오가는 작가 정세랑 씨도 같은 또래다.

주목받는 문인들이 특정 시기에 몰린 적이 앞서도 있었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연수 김경욱 김중혁 정이현 편혜영 이기호 씨 등이 1970∼1972년생이다.

흥미로운 건 이렇듯 10여 년 간격으로 또래 문인들이 다수 나왔다는 것이다. 시인 함민복 유하 함성호 씨, 소설가 윤대녕 장정일 김소진 김인숙 신경숙 씨, 평론가 이광호 권성우 씨 등은 1962, 63년생이다. 시인 황지우 이성복 최승자 씨, 소설가 강석경 이인성 최윤 씨, 평론가 권오룡 진형준 씨 등은 그보다 10여 년 전인 1951∼1953년생이다. 시인 김광규 김지하 오규원 씨, 소설가 김승옥 이문구 김원일 씨, 평론가 김현 김주연 염무웅 씨 등은 1941, 1942년에 태어났다.

10여 년 간격의 쏠림은 우연의 일치일까. 해마다 등단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선 “한국 사회의 10년 주기의 변화”(평론가 이광호)가 짚어진다. 세대가 공유하는 역사의식이 10년 단위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4·19혁명-개발독재-광주항쟁 같은 현대사의 굴곡은 10년 간격의 작가군 출현과 겹쳐진다. 1970∼1972년생 작가들의 경우 학생운동의 끝과 서태지의 등장을 ‘역사적 사건’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정지돈 씨는 10여 년의 시간을 “문학 선배로부터 자유로워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규정한다. 작가는 역사적 모멘텀이나 문학적 사건의 영향을 받으면서 작품을 쓰는데, 이후 수년에 걸쳐 나오는 시와 소설들은 그 영향의 자장(磁場) 안에 있다는 것이다. 10년은 앞선 모멘텀과 차별되는 새로움을 갖는 데 소요되는 시간인 셈이다.

그렇다면 1983∼85년생인 30대 초반 작가들의 특징은 뭘까. 현실 체험보다는 정보와 인용으로 구성되는 작품이 많다. 한국적 체험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모두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의 특징이다.

“문학이 신념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평론가 강동호) 이들의 새로움이 한국 문학에 어떤 활력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소설가 정지돈#후장사실주의#문학집단#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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