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게리 크로스, 로버트 프록터 지음/김승진 옮김
479쪽·1만9500원·동녘
전 세계적으로 매년 6조 개비의 종이담배가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담배가 이렇게 흔하지 않았고, 아무 때나 피우는 것도 아니었다. 담배를 처음 피운 것으로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은 상대와 협상을 타결했을 때나 종교의식 등 의례적인 목적으로 담배를 피웠다.
19세기 담배회사들이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종이담배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됐다. 사람들은 담뱃대나 시가보다 순하고 편리하게 담배를 피우게 됐다. 패스트푸드처럼 ‘패스트 흡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과 아이들까지 담배를 즐기게 됐다. 종이담배는 중후한 느낌의 시가보다 댄디한 느낌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이미지를 가진 담배는 더 해롭고 치명적으로 변했고 중독성이 커졌다. 예전 원주민들은 속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종이담배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속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만족을 얻지 못했다.
담배를 비롯해 현대인은 수많은 중독 속에서 살아간다. 커피, 콜라, 초콜릿 같은 것들과 일상을 떼어 놓을 수 없다. 각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역사와 과학사를 가르치는 교수인 두 저자는 현대인의 중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우리 욕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버린 거대한 변화에 주목한다. 그 변화를 ‘포장된 쾌락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평범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 열망으로 바꿔버린 포장과 마케팅의 세계를 파헤친다. 초코바, 축음기와 레코드, 영화, 놀이공원 같은 중독성이 강한 상품들을 소재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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