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꼭 쥔 채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한데 누군가가 억센 힘으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낸 후 그걸 가져가 버리는 것 같은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손아귀에 힘을 줘도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그림책 ‘빗방울이 후두둑’(전미화 지음·사계절)을 펼치면 거센 바람과 사납게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들고 버티는 여성이 보인다. 뛰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달려가지만 우산은 금세 뒤집히더니 급기야 부러져 버린다. 여성은 결심한다. ‘에라 모르겠다! 천천히 걸어가자.’ 그제야 여름 소나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원색으로 큼직큼직하게 붓질한 그림이 후련함을 선사한다. 놓는 건 쉽지 않다. 그게 무엇이 됐든.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한다면 그 뒤에 오는 감정을 찬찬히 마주해 보자. 속상함이든 안타까움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언젠가 편안함이란 게 슬며시 따라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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