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는 이런 책을 내도 보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1명, 10명이라도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지요.”
성백효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71·해동경사연구소장)은 최근 ‘대학·중용집주(大學·中庸集註) 부(附) 안설(按說)’(한국인문고전연구소)을 냈다. 대학·중용집주에 원문에 대한 이견과 여러 해석을 담은 ‘안설’을 붙였다는 뜻이다. 16일 그를 만났다.
“대학의 요점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입니다. 그리고 치국과 평천하보다 먼저 수신제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요. 오늘날 정치 불신의 원인도 그게 안 돼서입니다. 중용은 조선 성리학의 근간이 되는 책이지요.”
책은 성리학의 체계를 일목요연하게 도표 등으로 소개했고, 1000여 항목의 역주를 달았다. 성 명예교수는 2013년 논어집주 안설, 이듬해 맹자집주 안설을 냈고, 이번 책 발간으로 10년 전부터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사서(四書)집주의 안설을 모두 마무리했다. 요즘에는 ‘고문진보(古文眞寶)’의 후집(後集)에 주를 달고 있다.
충남 예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고 부친과 저명 한학자 문하에서 공부했다. 1980년부터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서울대 국사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10여 년간 논어 맹자 통감 시경 서경 등의 고전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20여 년 전 번역한 사서삼경의 집주는 대학 강의 교재로 많이 사용됐다. “논어집주의 번역본이 약 200종이 되지만 오역이 있거나 누구의 설을 따랐다는 설명이 없는 부실한 것이 적지 않아요.”
예닐곱 살 때부터 한학에 매달려 온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논어의 ‘독신호학(篤信好學·독실하게 믿으면서 배우기를 좋아함)’이라고 했다.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사상을 통해 사회의 도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제화는 좋은 일이지만 ‘주체’는 있어야 한다”며 “먹고사는 일이 해결된 뒤 정신문화의 수준을 높이려면 전통 사상이 담긴 학문이 발붙일 곳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독(讀)’이라고 하면 모두 소리를 내 읽는 ‘낭독(朗讀)을 의미했어요. 상엿소리나 김매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처럼 한학자들의 글 읽는 소리를 녹음해서 전통문화 자료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의 높낮이와 리듬이 지역에 따라 다르지요. 낭독할 줄 아는 한학자들이 아직 살아있을 때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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